‘주식회사 미국’ 현금 잔고 말라간다...현금보유액, 2007년 이후 첫 감소

입력 2019-06-1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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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법 개혁, 자사주 매입 증가 등 영향

▲미국의 현금 부자 기업들의 2018년 말 현금보유량. 출처:CNN

미국 기업들이 쌓아둔 현금이 고갈되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발표한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비금융회사들의 현금보유액이 2018년 말 현재 1조6900억 달러(약 1997조7490억 원)로 1년 전 1조9900억 달러에서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디스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7년 이후 첫 감소다.

현금 5대 부자 기업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페이스북의 현금 잔고는 총 1110억 달러 감소했다.

현금 부자 1위인 애플의 2018년 말 현금보유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 245억 달러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사라진 현금은 어디로 갔을까.

미국 기업들의 현금 잔고가 말라가는 배경에 경제 성장, 2017년 개편된 세금제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우선, 미국 기업들의 글로벌 투자가 증가했다. 특히 인수합병에 들어간 돈이 15% 늘어 4050억 달러에 이르렀다. 배당금 지출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세법 개혁으로 인한 자사주 매입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99% 급증한 4670억 달러 기록했다.

기술 기업들은 26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애플은 2018년에 710억 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해 2위인 오라클의 2배에 달했다.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증가에 대해 무디스는 “자사주 매입이 세법 개혁 이후 가속화했다”고 평가했다. 해당 법은 회사들이 수년간 외국은행에 묻어둔 현금을 본국으로 가져오면 세금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세법 개혁의 주된 이유가 됐던 기업 투자는 2019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짜기 어려운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무디스는 보고서에서 “2018년 상반기 급격히 증가했던 경제활동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며 “격화된 무역 갈등으로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며 “2019년에는 더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무디스는 미국 기업들의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비금융 미국 기업들의 부채가 2018년 말 현재 5조650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800억 달러 증가한 것이다.

무역 갈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는 많은 부채를 떠안고 있는 기업들에 특히 부담이 될 것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사업을 축소하거나 일자리 감소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경기 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무디스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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