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푼 ‘금융 메기들’, 17년 전 규제 그물망에 ‘허우적’

입력 2019-05-2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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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銀 신사업 옥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감한 법 개정 필요”

혁신금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부가 제3 인터넷은행을 들이지 않은 이유는 1, 2호 인터넷은행이 시장을 흔들 ‘메기’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플레이어들이 대주주 적격심사 중단으로 신사업에 발이 묶인 상황에서 진입장벽을 낮춰주면 출혈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공을 정부에 돌리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미꾸라지’에 머물지 않으려면 혁신적으로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카뱅·케뱅,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올스톱’ = 인터넷은행이 가고 있는 길은 순탄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 1호’로 힘을 실은 덕에 은산분리(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고비는 넘겼으나 이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문제다.

금융당국은 KT가 신청한 케이뱅크 지분 확대 심사를 중단했다.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사정도 비슷하다. 법원이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검찰이 항소장을 제출하면서 관련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1, 2호 인터넷은행 신사업을 옥죄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2002년 개정된 은행법을 바탕으로 한다.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이 규제가 급변하는 현 금융시장에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A은행 관계자는 “금융감독 수준, 시장금리와 기업 투자율 모두 달라졌는데, 규제는 20여년 전에 머물러 있다”며 “금융당국 결정이 늦어지면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 몫”이라고 말했다.

◇日, 인터넷은행에 별도 규제 적용… 국회 ‘대주주 심사 완화’ 논의 긍정적 =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이 금융 혁신을 이끄는 ‘메기’로 거듭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 사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가 국내가 아닌 해외 인터넷은행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는 지적이다.

B은행 관계자는 “대주주가 형사처벌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한 ‘최근 5년’을 줄이거나, 치명적인 문제가 없으면 심사 기준을 완화해 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강하게 무는 사후 규제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20년 전 인터넷은행을 시작한 일본의 성공 비결은 ‘규제 완화’였다. 보수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일본 금융당국은 2005년 비금융 주력자를 은행 주주로 인정했다.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는 기존 은행과 다른 별도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소니은행. 라쿠텐은행 등 전자 회사와 전자상거래기업이 주도하는 대형 인터넷은행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희망적인 것은 우리 정치권에서도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인터넷은행의 최대 이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라며 “금융업에 산업자본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서 과거 법안을 적용하는 것은 안 하는 것만 못 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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