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ㆍ삼겹살 가격 오르니 외식 자영업자ㆍ서민 한숨 커진다

입력 2019-04-24 18:00수정 2019-04-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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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을 또 바꿔야겠네요.”

서울 마포구에서 구이전문점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소주 출고가 인상 소식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맥주 출고가가 인상된 후 식당에서 판매하는 맥주 가격을 올린 지 채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소주 가격까지 올리면 손님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 뻔해서다. 박 씨를 덮친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발 돼지열병으로 국산은 물론 수입 돼지고기 가격까지 크게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상 가격을 모두 올리고 메뉴판을 교체해야 하지만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소주 너마저"=맥주시장 1위 오비맥주가 ‘카스’ 가격을 올린 데 이어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출고가 인상을 결정하면서 ‘음식점 소맥 1만 원 시대’가 열렸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출고 가격을 내달 1일부터 6.45% 인상한다고 24일 밝혔다.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360㎖)의 출고가격은 병당 1015.7원에서 65.5원 오른 1081.2원으로 변경된다.

출고가 인상으로 식당, 주점 등의 소주 판매가격은 1000원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부 식당 등에서는 이달 초 오비맥주의 ‘카스’ 가격 인상으로 소주 가격까지 5000원으로 함께 올리기도 했다. 소주 1위업체인 하이트진로의 인상으로 롯데주류의 ‘처음처럼’ 등 2,3위 브랜드의 연쇄적인 가격인상 가능성도 높아졌다.

외식업체들은 주류 가격 인상분을 당장 판매가에 적용할 지 여부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특히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취급하는 식당들은 주류 가격에 돼지고기 공급가격까지 오르면서 전 메뉴에 대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출처=한돈자조금)
◇'삼겹살 품귀' 현실로(?)=올 초만 해도 국내 돈육 가격은 하락세였으나 갑작스러운 중국발 돼지열병으로 이미 소매가격은 오름세로 돌아섰다. 축산물품질관리원 가격정보에 따르면 국산 지육 도매 가격은 ㎏당 4470원으로 전년 동월과 비슷하지만 소매 가격은 이미 올랐다. 삼겹살 100g당 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8.9% 오른 2279원에 거래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전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을 소비하는 중국이 돼지열병 여파로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릴 경우 국내 수입육마저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수입 돼지고기 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7% 가량 오른 상태지만 전통적으로 도축업자들의 휴가 시즌인 6월이 되면 수입과 국산 모두 품귀 현상으로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공급가 인상에 따른 메뉴 가격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연간 단위로 공급단가를 정하지만 시세변동폭이 커질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돼지열병으로 돈육 선물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입육 공급업체에서 단가 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나마 프랜차이즈는 바잉 파워가 있어 원가 인상률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개인 식당은 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식당에서는 돼지고기 공급가격이 오를 경우에 대비해 200g인 1인분 중량을 150~180g으로 낮추거나 1만6000원 전후의 가격을 2000원 내외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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