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 수저 판별하나"…현대오일뱅크, 이력서에 부모 스펙 요구 논란

입력 2019-04-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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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최종직장명, 최종직장 직위를 현대오일뱅크 입사지원서 화면 캡처.

현대오일뱅크가 경력사원 채용 과정에서 이력서에 부모의 스펙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R&D분야 경력사원 모집 과정에서 지원자 가족의 최종 직장명과 최종 직장 직위를 묻는 입사지원서 양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자의 업무 역량과 전혀 무관한 사안인데다가 최근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는 시대적 분위기에도 역행하는 방식이어서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달 28일에는 구직자 직계 존비속의 학력·직업·재산 등 직무 수행과 관련이 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인권위원회, 고용노동부 역시 과거부터 입사지원서에 가족사항 등을 제외하도록 권고해왔다. 인권위원회는 이미 2003년부터 ‘입사지원서 차별항목 개선안’을 발표, 가족관계 등 36개 사항을 기업 지원서 항목에서 뺄 것을 권고해왔다. 고용노동부 역시 가족에 대해 묻지 않는 표준 이력서 양식을 권장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에 지원한 적이 있다는 A씨는 “부모의 후광을 안고 직무역량을 더 잘 발휘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보인다”며 “지원자 개인의 역량보다는 배경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해당 항목은 ‘선택사항’이지만 나를 포함한 구직자들 대부분은 이력서에 되도록 빈칸을 만들지 않는다”며 “불이익이 있을까 두렵기도 하고, 나중에 면접 때 이 부분은 왜 비워뒀냐고 물을 것 같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구직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묻는 것은 불필요한 일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처지를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는 점에서 인권 침해적이다”며 “취업준비생들의 처지를 악용해 지원자의 수저 색깔을 확인하고자 하려는 의도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이는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정확히 금지하는 사례 중 하나”라며 “대기업이 아직도 이런 부분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별다른 의도 없이 과거부터 기재항목에 포함시켰던 것으로 파악된다”며 “가족 사항은 선택 입력사항으로 채용 평가 시 전혀 고려되지 않으며, 현재까지 가족사항을 입력하지 않았다고 불이익을 받은 사례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문제가 된 항목은 이번 경력직 지원서 기재항목에서 삭제했다”며 “앞으로도 회사는 가족사항 등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는 항목들은 지원서 기재 항목에서 제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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