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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오토 인사이드] “해치백엔 승객 안전장치 더 추가했다며? 몰라봐서 미안하다” 
입력 2019-04-15 18:23
후방추돌 뒷좌석 보호 위한 갖가지 충격흡수장치 장착…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첨단기술 최우선 적용 모델

해치백(Hatch back)은 유독 한국에서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장점 대신 갖가지 오해와 편견이 가득한 탓이기도 하다.

흔히 트렁크를 싹둑 잘라낸 소형차를 뜻하지만 사전적인 의미만 그렇다. 엄밀히 따져 세단형 해치백도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해치백이라고 불렀던 차들 가운데 정작 해치백이 아닌 모델들도 있다.

완성차 메이커 입장에서도 해치백은 애물단지다. 개발비는 세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판매는 세단에 못 미치는 탓이다. 결국 세단의 가지치기 모델로 등장하거나 신흥국을 위한 소형차 개발에 국한돼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해치백을 가장 효율적인 자동차로 꼽는다. 실내공간 활용도가 높고 세단보다 몸놀림이 민첩해 운전 재미가 크다는 것도 장점이다.

해치백 승용차가 지닌 갖가지 오해와 진실, 그리고 그가 지닌 짜릿한 매력을 파헤쳐 보자.

◇국내 최초 고유모델 포니가 해치백? = 틀린 말이다. 해치백은 말 그대로 트렁크와 뒷유리가 하나로 연결된, 그래서 그 문을 통해 차 안과 밖이 연결된다. 잠수함의 동그란 ‘해치’에서 파생된 말이다.

현대차가 1975년 처음 선보인 포니는 엄밀히 따져 해치백이 아니다. 꽁무니가 잘린 모습이지만 엄연히 뒷유리와 트렁크 도어가 분리돼 있다. 트렁크만 열리고, 뒷유리는 안 열린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포니는 세단일까. 그것도 아니다. 자동차 모양을 꽁무니가 달린 세단과 해치백으로 철저하게 나누는 이분법적 논리로 따지자면 포니는 해치백 스타일의 ‘패스트백(Fast back)’이 맞다. 꽁무니가 극단적으로 짧은 세단형 차라는 뜻이다.

◇해치백은 세단보다 가격이 싸다? = 이것도 틀린 말이다. 물론 한때는 해치백의 가격이 쌌고 노치백, 이른바 세단형이 더 비쌌다.

1980년대 중반, 미국 포드는 소형 해치백 프로젝트를 세웠다. 일본 마쓰다의 소형차 121을 미국으로 수입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인건비가 너무 높았다. 값싼 소형차를 팔아서 인건비를 내주고 나면 남는 게 없을 지경이었다.

적절한 생산기지를 물색했던 포드는 한국의 기아산업을 발견했다.

손재주가 좋아 조립기술이 훌륭했는데 무엇보다 인건비가 일본의 절반이었다. 결국 일본 마쓰다가 개발하고 한국의 기아산업이 조립한 프라이드는 미국에서 ‘포드 페스티바’로 불티나게 팔렸다.

1980년대 기아산업은 전 세계에서 역(易)설계 분야에서 최고였다. 자동차를 개발할 기술은 없었지만 남의 차를 가져다 뜯어가며 새로 설계도를 하나 만드는 이른바 ‘티어다운(tear down)’ 기술이 출중했다.

덕분에 기아산업은 훗날 이 설계도를 바탕으로 마쓰다에도 없던 세단(프라이드 베타)을 냉큼 개발했다. 꽁무니가 달린 프라이드 베타는 기본형(해치백)보다 약 50만 원이 비쌌다.

현대차 역시 5도어 엑셀보다 4도어 프레스토가 더 비쌌다. 이때부터 세단은 비싸고, 해치백은 싼 차라는 인식이 팽배하게 자리 잡았다.

◇세단보다 비싼 해치백… 안 팔리는 이유 있었네 = 반면 21세기 들어서 사정은 달라졌다. 구조상 해치백은 트렁크가 달린 세단보다 후방 추돌사고 때 뒷자리 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꽁무니가 사라진 만큼 2열 승객이 후방 사고 때 뒷차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만큼 부상 정도가 크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치백 대부분이 충돌 상품성을 확대하고 있다.

좁디좁은 트렁크 아랫부분과 뒷범퍼에 갖가지 충격흡수 장치를 덧대고 있다. 자연스레 세단에 달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안전장치가 추가되는 만큼 생산원가가 상승한다.

이때부터 해치백은 세단보다 차 가격이 비싼 차가 됐다.

해치백이 세단만큼 많이 팔린다면 부품 단가를 낮춰 판매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 그러나 판매가 저조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 결국 해치백은 어쩔 수 없이 세단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고성능과 첨단기술의 밑그림 =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는 해치백이지만 완성차 메이커 입장에서 첨단 기술과 고성능을 오롯이 담을 수 있는 유일한 그릇이기도 하다.

먼저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첨단 기술이 가장 먼저 녹아드는 차 역시 해치백 스타일이 대부분이다. 고성능도 대부분 해치백이다.

차 길이가 짧아 움직임이 민첩하다. 코너와 코너를 휘감을 때마다 뒷꽁무니가 휘청거리는 세단과 달리, 앞바퀴를 고스란히 뒤쫓아 오는 뒷바퀴의 궤적이 꽤 명민하다.

차 무게도 가벼워 동일한 엔진이라면 운동성능이 세단을 앞선다.

현대차 고성능 브랜드 N 역시 벨로스터와 i30에 먼저 도입됐다. 르노삼성은 프랑스 르노의 베스트셀링 해치백 클리오를 직수입해 판다. 터키 부르사 공장에서 생산해 수입하는, 엄연한 수입차다. 유러피언 감성이 잔뜩 묻어난 덕에 한국에서 유럽차의 분위기를 가득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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