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 된 위기의 실리콘밸리

입력 2019-03-21 15:30수정 2019-03-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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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오른쪽)와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자(COO)가 지난해 9월 5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정보위원회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청문회에 불려 나왔다. 워싱턴/AP뉴시스

IT 공룡들의 수난시대다. 연일 터지는 사건사고의 중심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있다. 당장 20일(현지시간)에도 유럽연합(EU)이 구글에 세 번째 ‘벌금’을 때렸다. 구글이 검색 광고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벌금 15억 유로(약 1조9000억 원)를 물렸다. 이로써 EU가 구글에 물린 벌금은 2년간 총 82억 유로에 달한다.

페이스북도 사면초가다.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전 과정이 페이스북 라이브로 생중계 된 후 해당 서비스를 폐지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사용자 850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가 또 터진 것이다. 트위터와 구글의 유튜브도 증오 발언 및 테러 관련 동영상 등 악성 콘텐츠 확산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을 향한 각국 정부의 관용도 사라졌다. 터키 공정경쟁당국도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이 공정경쟁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나섰고 영국은 IT 공룡들이 너무 비대해졌다며 손을 보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미국 내 반응도 냉담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 대선 주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을 분할해 규제하겠다”는 공약까지 발표했다. 거대 IT 기업들이 인수합병과 독점을 남용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없앴다는 게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까지 소셜미디어 기업들을 조사해야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IT 기업들 입장에서 가장 뼈아픈 부분은 그동안 IT 기업들에 지지를 보내왔던 사용자들도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유출, 러시아 대선개입 의혹과 가짜뉴스 전파, 증오와 테러 동영상 확산 등이 잇달아 터지면서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관리 및 통제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IT 공룡들이 더 이상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은다. 변화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전략을 재정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고 충고한다. CNN 비즈니스의 데이비드 골드만 편집장은 “실리콘밸리는 과거 반독점 규제기관과의 전쟁에서 살아남았지만 이제는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나쁜 행동들과 이를 통제할 능력이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IT 공룡들도 변화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6일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둔 플랫폼’으로 선회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는 사적이고 일시적이며 암호화된 메시징에 중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거대 IT 기업의 변화가 내부에서 시작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화하기엔 너무 크다는 것이다(Too big to change).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나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막강한 지분을 바탕으로 다른 주주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실리콘밸리의 다른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창업자들이 제어 받지 않는 막강한 힘을 휘두를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IT 공룡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CEO는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수만 명의 근로자를 해고하고 회사의 자원을 전기차, 자율주행차로 전환했다. 상당히 고통스럽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는 우버와 자율주행차량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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