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주환원, 10년 만에 두 배 늘어…작년 2680조로 사상 최대

입력 2019-03-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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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그래프: 글로벌 기업 보유자금 추이. 단위 조 달러 / 아래 그래프: 주주환원(하늘색 자사주 매입·파란색 배당 총액)과 설비투자(회색) 추이. 단위 조 달러.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

전 세계 기업이 주주에게 돌아가는 돈을 늘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합친 주주환원 총액이 지난해에 사상 최대인 2조3786억 달러(약 2680조 원)로, 10년 전보다 두 배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21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보도했다.

주주환원은 전 세계 기업 설비투자액에 필적하는 규모로 커지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씀씀이를 나타내는 자금배분의 장기적인 변화를 가리키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자 각국 중앙은행이 느슨한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진 가운데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통해 돈을 자본시장에 배분하면서 자금과잉을 증폭하고 있다.

닛케이는 100개국 약 1만50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해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기업의 실적은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순이익 증가를 배경으로 기업이 주주환원을 늘려 지난해 그 총액은 전년보다 약 20% 증가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 세계 GDP 합계는 약 80조 달러에 이른다. 주주환원이 글로벌 GDP의 약 3%에 달하게 된 것이다. 이는 10년 전의 2% 미만에서 비중이 높아졌다.

기존에 기업들의 주요 자금 사용처였던 설비투자액은 주춤하고 있다. 최신 통계인 2017년에 2조2554억 달러로, 최근 고점인 2014년 대비 6% 감소했다. 다만 기업들은 장기 성장 영역을 개척하고자 연구·개발(R&D) 비용은 늘리고 있다. 2017년에 글로벌 기업 R&D 비용은 총 67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그러나 설비투자와 R&D 비용을 합쳐도 10년 전에는 두 배 이상이었던 주주환원과의 격차가 최근에는 20% 정도까지 축소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런 자금배분 변화의 배경에는 주력 산업의 변화가 있다. 과거 제조업이 전 세계 시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IT가 주력 산업이 됐다.

가장 많은 수익을 내는 산업이 막대한 설비투자를 필요로 하는 철강 등 소재와 자동차·전기 등 가공조립업에서 미국의 ‘GAFA(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로 대표되는 IT 업종으로 바뀌었다. IT 업종은 지식집약형 산업으로 대부분은 대규모 생산설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설비투자에 나서지 않는 기업들의 자금은 높은 주가를 무기로 인수·합병(M&A) 등에 쓰여 시장의 자금과잉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유망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 것도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선택하는 이유다. 애플은 지난해 순이익이 595억 달러였지만 이보다도 많은 727억 달러를 자사주 매입으로 돌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웰스파고 등 은행들도 성장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은행 본연의 역할을 하는 대신 자사주 매입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심지어 주주환원을 늘려도 기업의 보유자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기업의 보유자금은 2017년에 사상 처음으로 5조 달러를 돌파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다카타 하지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시장은 원래 성장 분야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며 “투자자들이 주주환원만을 중시하면 특정 기업에 자금이 집중돼 부의 편재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시장에서의 격차 확대 폐해를 무시할 수 없어서 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규제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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