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일감돋보기] 일진그룹, 일감 몰아주기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 완성

입력 2019-03-14 19:00수정 2019-03-17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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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그룹은 전선과 부품 소재 전문 중견그룹으로,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증여 등을 통한 경영권 승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창업주가 보유한 개인회사 지분을 2세에게 증여하고, 오너 2세는 그룹 일감을 받아 회사를 키워 그룹을 지배하는 최상위 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식이다. 이른바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이뤄낸 셈이다.

일진그룹은 1967년 창업주 허진규 회장이 설립한 일진전기를 모태로 성장했다. 1976년에는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로 철선에 구리를 입힌 전선(동복강선)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1982년 일진제강, 1987년 일진소재산업(덕산금속) 등 계열사를 잇달아 설립했다. 이후 공업용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에 뛰어들어 일진다이아몬드를 설립하는 등 사세를 키워 현재는 5개 상장사 포함 45개 계열사를 아우르는 총자산 규모 2조6982억 원(2017년 기준)의 그룹으로 성장했다.

일진그룹은 일진홀딩스와 일진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으며 각각의 계열사는 허 회장의 장남 허정석 일진그룹 부회장과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일진홀딩스는 허 부회장(29.1%) 외 특수관계인 포함 총지분이 56.0%, 일진머티리얼즈는 허 대표(53.3%) 외 특수관계자 지분이 총 53.37%다.

일진홀딩스 아래로는 일진전기(57%), 일진다이아(55.6%), 알피니언(94.1%), 아이텍(70%), 일진디앤코(100%), 전주방송(40%), 아트테크(80.9%) 등의 계열사들이 포진해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건설과 아이알엠, 삼영지주 등을 100%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별로 지분 구조가 명확히 나눠져 있어 업계에서는 향후 형제간 계열 분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허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는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허 회장이 2013년 일진홀딩스 지분 전량을 허 부회장에게 넘기면서 일단락됐다. 이때 우회 통로 역할을 한 계열사가 바로 일진파트너스다.

일진파트너스는 1996년 설립된 곳으로 최초 사명은 일진캐피탈이다. 애초 금융 회사로 설립된 이 계열사는 일진기술금융→일진캐피탈→일진파트너스로 이름이 바뀌면서 운송업체로 변신했다. 현재는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되자 외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유한회사로 전환한 것으로 추측된다.

일진파트너스는 법인 설립 당시 허 회장과 일진전기공업, 일진다이아몬드 등의 계열사가 출자했다. 감사보고서로 확인 가능한 1999년 지분을 보면 ㈜일진과 일진전기공업, 일진다이아몬드가 각각 30.9%씩이며 허 회장이 7.3%다. 이후 허 회장이 2006년부터 지분을 확보해 허 부회장에게 넘겼고 2007년 허 부회장이 100% 지배력을 갖게 됐다.

이후 회사는 사업 분야를 금융업에서 운송업으로 전환하고 그룹의 일감을 떠맡는다. 특히 일진전기의 제품 운송 등을 담당하며 사세가 커졌다. 2010~2012년에는 매출 전체가 일감 몰아주기에서 발생했다. 이에 일진파트너스 매출은 2009년 8억 원에서 2012년 136억 원으로 급격히 커졌다. 이후에는 내부거래 비중이 점차 줄고 있는 추세로 2017년에는 40%대까지 낮아졌다.

일진파트너스는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으로 2008년 지주사 체제로 설립된 일진홀딩스 주식을 매입한다. 2013년에는 허 회장 지분 전량(15.27%)를 전량 매입해 지분율을 24.64%까지 끌어올렸다. 여기에 허 부회장 지분을 더하면 과반이 넘는다. ‘허정석→일진파트너스→일진홀딩스→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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