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금융·보험업에도 '중견기업 지정' 허용 추진

입력 2019-03-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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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보험업 '반쪽 성장 사다리' 개선, 금융위 반대가 변수

▲산업통상자원부 전경.(이투데이DB)
IT 분야 중견기업인 A회사는 요즘 금융 자회사 B 때문에 고민이 많다. B회사는 핀테크 바람을 타고 해마다 매출이 쑥쑥 늘었다. B기업의 성장에는 인력 지원 등 정부의 정책 지원도 큰 힘이 됐다. 그런데 B회사가 점점 커지면서 고민거리가 생겼다. 정부 지원이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현행 법이 ‘금융 및 보험업’ 기업은 3년 평균 매출이 400억 원이 넘으면 대기업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가 비슷한 다른 업종 중소기업은 매출이 늘어나면 중견기업 등으로 분류돼 늘어난 몸집에 맞는 지원을 받지만 금융은 딴판이다. A회사 내부에선 매출 ‘억제’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이 같은 피터팬 증후군(성장에 따른 지원 축소를 피하려고 기업이 성장을 꺼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견기업법 시행령을 개정해 금융·보험업을 중견기업 업종에 추가하겠다고 지난 8일 관보에 고시했다. 기존 법령은 전(全) 업종 중 유일하게 금융 및 보험업만 중견기업으로 지정할 수 없게 돼 있다. 다른 업종은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 세 단계 성장 사다리가 마련돼 있지만, 금융·보험업엔 ‘중소기업-대기업’ 두 단계만 있다.

업계는 이런 차별이 금융·보험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신분이 바뀌면 조세, 인력 등 대부분의 지원 사업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A회사 같은 비(非) 금융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할 때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산업으로 산업 간 융합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불합리한 기준 때문에 비금융산업이 금융업 진출을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견기업법 시행령 개정의 마지막 관문은 금융위원회다. 중견기업법 시행령 개정은 지난 정부 때부터 추진해왔지만 번번이 금융위에 막혔다. ‘금융업의 특수성’과 ‘금산분리 원칙’이 금융위의 반대 명분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의 논리적 모순을 해결하겠다는 게 개정 취지로 금융업 특수성과 금산분리를 허문다는 생각은 기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금융위는 현재 세부 내용을 놓고 줄다리기 중이다. 다만 핀테크 산업의 성장 등으로 금융위가 과거보다는 전향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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