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이코노미] 영화 '더 와이프' 속 노벨문학상 비하인드스토리…수상의 경제적 효과는?

입력 2019-02-25 13:34수정 2019-02-2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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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은 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시절, 뛰어난 문장력을 가진 조안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

“나는 킹메이커예요.”

작가인 남편 조셉 캐슬먼(조나단 프라이스 분)의 노벨문학상 수상. 남편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뒤편에서 아내 조안 캐슬먼(글렌 클로즈 분)은 본인의 역할을 묻는 말에 조용히 대답한다. 자신이 킹메이커라고.

누군가를 권좌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을 뜻하는 ‘킹메이커’. 이 하나의 단어에 영화의 줄거리를 아우르는 모든 내용이 집약돼 있다. 이제껏 조안이 해왔던 모든 일들은 조셉을 킹으로 만든다는 명분으로 꾸준히 진행됐다. 하지만 조셉이 노벨문학상을 받는 순간, 그 명분에 감춰졌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조셉과 조안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부부의 극적 갈등을 유발하는 사람은 작가 나다니엘(크리스찬 슬레이터 분)이다.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전기를 전문적으로 쓰는 작가다. 조셉의 수상이 확정되자, 나다니엘은 그의 수상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이곳저곳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놀라운 사실을 조셉의 전기에 담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셉의 아들 데이빗 캐슬먼(맥스 아이언스 분)에게 접근하고, 데이빗과 캐슬먼의 사이도 멀어진다.

▲조안은 남편 조셉이 “제 아내는 글을 쓰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하자 엄청난 분노를 느낀다. (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

나다니엘이 캐슬먼의 비밀에 열을 올리는 이유. 수상자의 전기와 자서전이 불러올 경제적 파급 효과 때문이다. 2016년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그의 도서와 음반 판매율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예스24 통계에 따르면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 확정 이후 그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이틀 만에 294권 판매됐다. 이는 이틀 전보다 2만9300% 증가한 수치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1년간 판매량을 비교해보면 밥 딜런 자서전은 전년 대비 279.3배 늘어난 1955권이 판매됐다. 노벨문학상 효과는 밥 딜런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작품은 1년 만에 178.5배 늘어난 1만1783권이 팔렸다. 2013년 수상자 앨리스 먼로 작품은 142.8배 늘어난 2만1133권이, 2009년 수상자인 헤르타 뮐러 작품은 519.6배 늘어난 6235권이 판매됐다.

▲조셉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뒤 수상 소감을 통해 “아내 조안 없이는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진제공=팝엔터테인먼트)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서적 판매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산업에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대표적인 것이 여행 산업이다. 수상자가 확정되면 관광객들이 해당 작가의 고향을 방문하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방문하는 코스가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또한, 지역사회는 작품에 등장하는 음식을 해당 지역의 특산물로 상품화해 기념품으로 판매하기도 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노벨문학상 수상 결정이 불러온 비즈니스 기회’ 보고서를 통해 한 국가에서 특정 이슈가 생기면 이와 직결되는 산업 시장뿐만 아니라, 주변 산업에서도 각종 사업기회가 발 빠르게 생겨난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대표적인 예시로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중국 작가 모옌을 언급했다.

모옌은 중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1986년 저술한 ‘붉은 수수밭’이 대표작이다. 그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붉은 수수밭’은 베를린 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은곰상 등을 수상한 바 있어, 수상 이후 그의 나머지 소설에 대한 영화 판권이 불티나게 팔렸다. 모옌의 고향 중국 산둥성 가오미시 정부는 모옌 생가를 복원하는 등 여행 상품 개발을 통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했다. 아울러 그의 작품에서 빈번히 등장했던 찐빵 '가오미루바오'를 대표 기념품으로 만들었다.

이처럼 노벨문학상의 역할은 문학 영역에서 공헌자의 업적을 칭하는 것 그 이상이다. 죽어가는 출판 업계를 살리기도 하고, 아무도 방문하지 않는 외딴 지역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 지역 경제를 부활시키기도 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가져올 엄청난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올해에는 우리나라에도 도래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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