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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 탓 말고 풀 수 있는 규제 먼저 풀어라
입력 2019-01-16 17:21
김지영 정치경제부 기자

최근 경기가 어렵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통계청의 산업활동·고용지표는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직후 수준으로 악화했다. 올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많지 않다. 투자·고용은 부진이 장기화 추세이고, 수출도 지난해 말부터 성장세가 꺾여서다. 세계 경제도 전반적으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정부 정책이 새롭지 않다. 과거 정부들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하거나 민간 투자를 유치했다. 특정 지역이나 산업, 기업에 금융 지원과 세제 혜택을 몰아주고,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했다. 창업에 자금을 대고, 가계에 복지를 퍼줬다. 또 소비를 늘리겠다고 대규모 할인행사를 열고, 특정 품목의 개별소비세 등을 깎아줬다. 현 정부에서도 지원 대상이 가계이면 소득주도 성장, 기업이면 혁신성장일 뿐, 전반적인 내용은 과거와 유사하다. 공정경제는 전 정부 ‘경제민주화’의 바뀐 이름에 불과하다.

반면 어느 정부에서든 추진했지만 어느 정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냈던 부문이 있다. 바로 규제혁신이다. 전례가 없기에 효과도 예상이 어렵다. 제조업 등 주력산업 재부흥의 열쇠가 규제혁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장이 체감하는 성과는 미미하다. 현 정부도 혁신성장의 핵심 과제로 규제혁신을 내걸고 있지만 관련 입법은 지지부진하다. 법 개정이야 정치의 영역이라 치더라도, 시행령 등 하위법령 개정까지 속도를 못 내는 상황은 정부의 의지를 의심케 한다.

시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좋고 그 목소리를 토대로 개선과제들을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현 상황은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 굳이 시장에서 요구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시행령이나 시행규칙만 봐도 불필요하거나 비합리적인 규제들이 수두룩하다. 각 부처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한 달에도 수십, 수백 개의 규제를 개선할 수 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국회가 일을 안 한다”며 남 탓을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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