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자 살해 의혹’ 사우디에 ‘엄벌’ 시사...중동 정세 먹구름

입력 2018-10-14 07:15수정 2018-10-1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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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 비판적인 유명 기자가 살해된 의혹과 관련, 사우디 정부가 관여한 것으로 판명되면 ‘엄벌(severe punishment)’도 불사하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CBS TV가 13일(현지시간) 미리 공개한 13, 14일 방영 예정인 ‘60분(60 minutes)’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사우디가 이 사건의 배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중략…우리는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엄벌이 있을 것”이라고 선전포고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양국 관계에 균열을 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양국은 현재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을 억제하기 위해 협력 중이지만 사우디 정부의 개입 여부에 따라서는 좋은 관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쇼기는 2일 터키 사우디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뒤 소식이 끊어져 사우디 정부의 지시로 살해됐다는 의혹이 부상하고 있다. 그는 작년 9월부터 미국에 체류하면서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사우디 왕실과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해왔다. 그러다가 터키인 약혼녀와 결혼하려고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서관으로 들어간 뒤 실종된 상태다. 사우디 측은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과 최근 전화 회담에서 의혹을 부인했다고 밝히면서 “사우디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느냐 하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우디 정부가 관여한 게 사실이면 격렬하게 분개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는 의혹을 둘러싸고 사우디에 대한 비판을 삼가해 왔지만 태도를 바꿔 강경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모습이다.

트럼프는 13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의회가 요구하는 사우디에 대한 무기 수출 중단에 대해 “매우 어리석다”고 말하고, 거부할 의향을 재차 나타냈다. 그는 미국의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이유로 들었다. 엄벌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무기 수출 중단을 제외한 “다른 방법이 있다”고만 언급했다.

WP에 따르면 터키 당국은 카쇼기가 이스탄불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살해된 증거가 되는 영상과 음성 기록을 미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도 터키 당국 등의 수사 결과가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이란의 영향력 봉쇄를 위해 사우디와 협력 관계를 심화시켜왔다. 그런 만큼 사우디가 기자 살해 의혹에 관여했다고 밝혀져 트럼프가 ‘엄벌’을 부과하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악화, 중동 정세의 앞날이 더욱 불투명하게 될 수도 있다.

사우디는 8월에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시아파 무장 조직 ‘후티’ 공습으로 다수의 민간인에게 피해를 입혔지만 미국은 사우디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미국은 11월 초에 발동하는 대 이란 제재에서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를 각국에 요청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의 수출 감소를 보충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원유 공급을 늘리도록 사우디에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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