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③] 메르세데스-벤츠 E 43 AMG, 도로를 앞도하는 ‘高성능’ 아우라

입력 2018-04-11 15:38수정 2018-04-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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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G는 반드시 V8 엔진이어야 한다”는 편견은 접기로 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가 고성능을 대변하던 시대는 끝났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AMG는 1967년 벤츠의 고성능엔진 개발사로 출발했다. BMW의 M, 아우디의 S버전과 경쟁하며 치열한 숫자(출력) 싸움을 벌여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MG 역사의 정점은 언제나 V8 엔진과 6.0리터, 과급기(터보) 등으로 점철돼 왔다. 그만큼 AMG 버전은 태생부터 고성능의 정점을 추구했다.

이제 메르세데스-AMG의 영토가 V6 엔진으로 확대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 E-클래스 43 AMG가 존재의 당위성을 키우고 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그동안 메르세데스-AMG는 차고 넘치게 과격했다. 도로를 집어삼킬 듯한 범퍼 디자인과 차선을 가득 메운 우람한 펜더. 노면을 할퀴듯 튀어나가는 V8 엔진의 육중함은 서킷에 올려도 손색이 없었다.

V6 3.0리터 바이터보 엔진을 얹고 몸집을 줄인 E 43 AMG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최고출력(401마력) 역시 기어코 400마력을 넘기며 고성능차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변속기는 9단 AT. 순식간에 솟구치는 순간파워를 받아내기에 7G 트로닉도 모자람이 없었다.

첫인상은 밑그림이 된 E-클래스와 다르지 않다. 63 AMG의 우람한 펜더를 걷어낸 점이 오히려 중후해 보인다.

반면 운전석에서 느끼는 E-클래스와 차이점은 크다. 먼저 스티어링 휠(운전대) 양옆에 펀칭 그립 대신 스웨이드 재질을 감쌌다. D컷 디자인 역시 다분히 고성능을 상징한다. 자꾸만 ‘논-크로징’ 핸들링을 부추긴다.

요즘은 자동차의 계기판에서 바늘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운전석부터 센터페시아까지 길게 늘어선 디스플레이 패널에는 원하는 정보를 원하는 스타일로 깔아놓을 수 있다.

시동을 건 아이들링 상태에서 엔진음은 제법 조용하다. 반면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회전수 게이지는 가볍게 솟구친다. 그때마다 뜨거운 배기음도 쏟아져 나온다. 배기저항이 적고 스로틀 반응이 날카로우며 예리하다.

AMG는 조용히 몰 수가 없다. 엔진룸을 가득 채운 최고출력 401마력은 어느 영역에서나 빠르게 고성능의 정점까지 단박에 솟구친다. 회전 영역에 맞춘 2개의 과급기가 저속과 고속에서 거친 폭발력을 뽑아낸다.

네 바퀴 굴림 4매틱(Matic)은 직진성보다 핸들링으로 초점을 맞췄다. 이전의 앞뒤 4:6의 토크 배분을 3:7로 개선한 것. 유성기어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절묘한 구동력 배분은 뒷바퀴 굴림의 특성을 살린 구조다. 굽이치는 코너와 코너의 정점을 날카롭게 잘라먹는 데 손색이 없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은 4.6초 만에 끝낸다. 이 정도면 웬만한 슈퍼카의 꽁무니를 바짝 뒤쫓을 수 있다. 가속을 꾸준히 이어가면 시속 250㎞에 금세 이르고 안전을 위해 스스로 연료를 차단한다. 가속페달과 핸들링에 믿음이 커지면서 슬며시 자신감도 밀려온다. 도로를 달리면서 빈자리가 보일 때마다 차를 쉽게 던져 넣을 수도 있다.

경쟁 모델인 BMW 540i(직렬 6기통 트윈터보 파워)의 340마력은 물론, 잘 만든 현대차 제네시스의 3.3 트윈터보(370마력) 엔진도 가볍게 앞지른다. 수치뿐 아니라 운전석에서 느끼는 실제 체감성능도 뚜렷하게 차이 난다.

메르세데스-벤츠 E 43 AMG는 아무나 쉽게 덤빌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운전의 재미를 알고 고성능 401마력을 마음껏 다룰 줄 아는 레이서에게 어울린다, 바로 당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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