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사장은 왜 日시골 영업소에 나타났나

입력 2017-11-13 15:41수정 2017-11-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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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ㆍ자율주행 등 자동차 산업 도전 직면...변화의 물결 속에 깊어지는 도요타의 고민

지난 9월 초 일본의 한 중소도시 후쿠시마 현 고리야마 시 도요타자동차 영업소에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이 깜짝 방문했다. 직원들은 물론 해당 영업소를 찾은 고객들은 아키오 사장의 방문에 놀라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도요다 사장은 자사 영업소는 물론 제휴를 맺은 마쓰다 대리점과 중고차 전문 매장인 ‘걸리버’ 등도 찾았다. 이는 단순히 시장 상황 점검 차 방문한 것이 아니다. 마쓰다 매장에는 흑백의 선명한 내장 인테리어가 돋보인 신차가 전시돼 있었다. 걸리버는 월 정액으로 스포츠카에서 수입차에 이르기까지 300차종 이상을 선택해 탈 수 있는 공유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주말에 예고도 없이 도요다 사장이 시골 영업소를 방문한데 대해,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량, 공유 산업 등 자동차 산업을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계속 밀려오는 가운데 도요타의 실태를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생존 전략을 가다듬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고 1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도요다 사장은 “그동안 꾸며진 모습만 봐왔기 때문에 실제 현장이 어떨지 너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무실에 앉아만 있으면 거대 조직인 도요타의 진정한 실상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직접 현장에 나선 것이다.

도요타는 전 세계 신차 판매가 1000만 대에 달하며 직원 수는 36만 명에 이르는 초대형 기업이다. 재무와 실적 상황도 견실하다. 지난 3월 마감한 2016 회계연도에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0% 감소한 1조9943억 엔(약 20조 원)을 기록했지만, 이는 혼다와 닛산, 스바루 등 3개사 영업이익 총액과 맞먹는다. 이번 회계연도 영업이익은 2조 엔에 달할 전망이다. 또 현재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7조 엔으로, 일본의 지난해 공공사업 예산을 전부 충당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도요타 경영진의 위기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도요다 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은 지난 8월 9일 열린 노사 간담회에서 “자동차 사업 근간을 흔드는 급격한 변화가 오고 있다”며 “경쟁사들은 우리의 제품 개발을 능가하는 속도로 움직이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우리는 몸집이 커지면서 빠른 의사 결정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런 위기를 타파하고자 도요타가 현재 채택한 핵심 경영전략이 바로 ‘과감한 제휴’다. 이는 과거의 ‘기회가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이른바 ‘홍시 전략’에서 탈피한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도요타는 지난 2015년 마쓰다와 포괄적 제휴를 체결했으며 올해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고 미국 신공장을 건립하기로 하는 등 제휴를 더욱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경차 전문인 다이하쓰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스즈키와는 올 2월 친환경 기술 공동 개발을 골자로 하는 포괄적 업무제휴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제휴는 업종을 넘어서고 있다. 도요타는 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 우버의 미국 경쟁사인 겟어라운드, 동남아 차량공유시장을 선도하는 그랩 등에 투자하고 있다. 또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도요다 사장이 강하게 의식하는 것은 80년 전 도요타자동차를 세운 할아버지 도요다 기이치로다. 도요다 기이치로는 화학섬유의 발명으로 당시 회사의 전신인 도요타방직이 쇠퇴할 것이라 확신하고 자동차에 올인했다. 거액의 투자로 한때 경영 위기에 휘말렸으나 이후 자동차는 도요타그룹의 확실한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기이치로가 사망한 다음 해인 1953년 자동차 사업 매출은 그룹 전체의 10%에 불과했지만 1960년에는 50%로 급상승하면서 도요타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게 됐다. 이에 도요다 사장은 현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극복하는 ‘제3의 창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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