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파워 엘리트] 공영방송 정상화 칼 빼든 이효성 방통위원장

입력 2017-09-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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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 이통시장서, 알뜰폰 지원 약속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우리 방송의 비정상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만은 없습니다.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1일 취임식에서 가장 먼저 한 말이다. 최근 MBC, KBS 등 방송 업계에 제작 거부 등 경영진 퇴진 운동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것이다. 공영방송을 개혁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지상파 재허가를 앞둔 상황에서 ‘칼날 심사’를 예고했다. MBC와 KBS의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등 지상파 노사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재허가 심사를 통해 해결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실태 조사를 충분히 하고 여러 의견도 청취해 공영방송의 위법 사항이 있다면 감독권을 통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의 구조 개혁과 함께 통신 시장의 안정화도 주문했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대신 점유율 10%에 그치는 변방격의 알뜰폰 업체를 먼저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독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이통 3사에겐 경고를, 상대적으로 열악한 알뜰폰 사업자에게는 지원을 약속했다.

◇출범 한 달… 공영방송 개혁 최우선 = 개혁성향이 강한 인물로 꼽혔던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평소 이 위원장의 성향과 소신대로 취임 직후부터 방송개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위원장은 취임 후 가장 먼저 MBC 해직기자와 언론노조 등을 찾아 ‘공영방송 정상화 문제’를 언급했다. 과거 방통위원장들이 사업자 간담회 등을 시작으로 업무에 돌입한 것과는 전혀 다른 행보였다.

이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주요 업무과제 첫 번째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국가와 사회의 잘못된 점을 알리고 고치는데, 그리고 권력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하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앞장섰어야 할 공영방송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처별 핵심정책토의(업무보고)에서 하반기 예정된 지상파 재허가 심사에서 방송의 공정성, 공적 책임과 부당 해직 문제와 관련한 부분을 중점 심사할 것임을 밝혔다. KBS, MBC, SBS, EBS 등 14개 지상파 방송사(TV, 라디오) 147개 방송국은 올해 12월 31일까지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방통위는 11월까지 지상파 방송사들의 심사를 마무리하고 재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방통위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핵심 정책기조로 내세운 만큼 이번 지상파 방송을 대상으로 한 첫 재허가 심사가 까다로울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 위원장은 부처별 업무보고 다음날 기자들과 만나 “MBC나 KBS와 같은 공영방송에 대한 방송감독권을 통해서 방송의 공적 책임과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 행위 등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방통위원장은 최근 MBC 파업 사태에 대해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유능한 사람들을 부당하게 엉뚱한 곳에 전출시키고 해직·징계해 본업에 종사할 수 없도록 만든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지상파 사장들의 막무가내식 인사 이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상파 재허가 기본계획으로 세부 기준과 배점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재허가 심사를 통해 공영방송 노사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어 향후 심사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알뜰폰 먼저 만나 “불이익 받지 않도록 시장 감시” 약속 = 이 위원장은 취임 후 지난달 18일 통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통 3사 대신 알뜰폰 사업자를 먼저 만났다. 이통 3사 위주로 구성돼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대표되는 통신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라는 국정기조를 실천하기 위해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알뜰통신 사업자의 의견을 먼저 들을 필요가 있다는 방통위 측의 설명도 이 위원장의 정책 기조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알뜰통신 사업자가 대형 통신사와의 경쟁 과정에서 부당하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시장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위원장은 또 알뜰폰 업계가 가계통신비 절감과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소비자단체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이 위원장은 “분리공시제 도입 등 통신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해 가계통신비의 부담을 줄여나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가계통신비 인하와 관련된 대부분의 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 소관이지만 방통위의 관할에 분리공시제, 지원금 상한제 등이 속한다”고 밝힌 만큼 통신비 인하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은 7일 조찬 모임 형식으로 이동통신 3사 수장을 만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알뜰폰이나 독립PD 등 콘텐츠 제공업체(CP)와의 상생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가 추진 중인 신유형 앱·IoT(사물인터넷) 등 신기술 등장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이용자 피해나 잇따르는 개인정보 유출 사고 등을 근절하기 위한 ‘통신서비스 분쟁조정제도’ 도입(연내 예정)에 대한 협조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기자ㆍ교수 출신 개혁적 성향… 방송시장 개혁할 적임자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공영방송 정상화와 지배구조 개편 등을 미디어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도 임명장을 전달하면서 “지난 정권에서 방송을 정권의 목적에 따라 장악하기 위해 많은 부작용들이 있었다”며 “방송의 독립성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그런 가운데 언론의 자유가 회복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써 달라”고 주문했다

방통위는 공중파와 종합편성채널 등에 대한 재허가는 물론 공영방송의 이사진 선임 및 추천 의결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이 이끈 ‘방통위 3기’는 KBS 이사회를 추천·의결하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을 선임했는데 이 과정에서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만큼 이번에 새롭게 들어설 ‘방통위 4기’의 첫 번째 과제는 올해 말로 예정된 지상파 3사에 대한 재허가 심사다. 청와대가 그동안 적폐로 지적돼 온 공영방송의 정상화에 나설 인물로 이 위원장을 선택한 건 그의 성향과 풍부한 경험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1951년 전북 익산 출신으로 서울대 신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후 MBC와 경향신문, 한국일보에서 잠시 기자 생활을 한 후 미국 유학을 거쳐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다. 서울대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강사를 거쳐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에서 20여 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부터 2006년까지 방송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 전신)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정책실장 겸 이사 등 시민단체에서 활발히 활동을 이어온 대표적인 진보 성향 언론학자로 알려져 있다.

이 위원장은 과거 언론이 본분에 소홀했던 주요 원인으로 ‘방송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지목해왔다. 지난해 최순실 사태 이후 방송학회 시국선언에서도 “탈정파적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 편집 독립권 보장 등을 위한 언론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방송위원회에서 2기 부위원장을 맡으며 SBS 재허가, 지상파 DMB 및 위성 DMB 도입 등을 이끌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종합편성채널(종편) 재승인 심사 때 심사위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에 대해 ‘지상파=공익’이라는 시각보다는 균형적인 관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뉴미디어를 포함한 방송 행정에서 전문성도 인정받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방송의 공정성·공공성·독립성·다양성을 역설하며 방송개혁 논의를 주도해온 대표적인 언론학자이자 언론 방송계의 원로”라며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복지 구현, 방송 콘텐츠 성장 및 신규 방송통신 서비스 활성화 지원 등 새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할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주요약력

△1951년 전북 익산 출생 △남성고 △서울대 지질학과 △서울대 언론학 석사 △미국 노스웨스턴대 언론학 박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한국방송학회 회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 △한국언론정보학회장 △방송위원회 보도교양 제2심의위원회 위원장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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