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유지? 자아실현?…‘긱 이코노미’의 딜레마

입력 2017-07-2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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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근무형태 일자리 급부상…물질보다 자아성취 중요성 커져

고용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재편되면서 ‘긱 이코노미(gig economy)’가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영국 정부는 현대 고용 환경의 추세를 분석한 ‘테일러 보고서’에서 특별히 긱 이코노미에 주목했다. ‘gig’이란 1920년대 공연장 주변에서 필요할 때마다 연주자를 구해 단기 공연 계약하는 것을 뜻하는 단어다. 정규직 근로자와는 다른 단기적인 근무 형태를 띤다. 테일러 보고서는 한 개의 일자리를 갖고 정시에 출·퇴근하는 개념은 오늘날 고용 환경을 더는 설명하지 못한다며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긱 이코노미의 딜레마를 재조명했다.

BBC에 따르면 전일제로 근무하며 정년이 보장되는 근로자를 뜻하는 ‘정규직’은 인류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 만들어진 개념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전까지 정규직이라는 개념은 없었다. 개인이 한 개의 일자리에만 종사하지 않았다.

테일러 보고서는 18세기 서민들의 일기장을 예로 들었다. 영국 맨체스터에 살았던 에드먼드 해롤드라는 남성의 예를 들자면, 그의 본업은 이발사였다. 상점을 빌려 고객의 머리를 자르고, 가발을 만들어 팔았다. 남는 시간에는 책을 판매했고, 가끔 경매업자로도 일했다. 동시에 고리대금업자이기도 했다. 자신이 가진 돈을 빌려주고 10% 이자를 받는 식으로 돈을 굴렸다. 해롤드와 비슷하게 교사, 농부, 맥아제조인 등 여러 일을 겸직했던 그 시대 사람들은 중산층으로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만큼 소득이 불안정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운에 맡겨야 했던 자신들의 삶을 ‘테니스공’과 같다고 표현했다. 최근 부상한 긱 이코노미는 200년 전 이런 고용시장의 형태가 부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긱 이코노미를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 모두 테니스공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고용 형태에 눈을 뜬 근로자들은 일을 단순한 돈벌이 이상으로 여긴다. 자아실현과 성취, 사회적 역할을 돈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안정적 수입은 보장할 수 없는 만큼 긱 이코노미의 일각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생계와 자아실현 사이에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고 B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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