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의 우리술 이야기] 한국 누룩지도를 만들어 보자

입력 2017-06-0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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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룩은 한국 전통 술 빚기에 꼭 쓰이는 발효제이다. 쌀, 보리 등의 곡물로 술을 빚기 위해서는 포도나 사과 등의 과일과 달리 전분이 당으로 바뀌는 당화 과정과 당이 알코올로 바뀌는 알코올 발효과정이 모두 필요하다. 우리 누룩은 당화 기능과 알코올 발효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는 특별한 발효제이다.

서양의 맥주는 발아시킨 보리(맥아, 엿기름)의 당화력으로 전분을 당화한 다음 이를 끓여서 멸균하고 여기에 효모를 투입해 알코올 발효를 일으킨다. 맥주 제조는 당화 과정과 알코올 발효 과정이 분리되어 있어 ‘단행복발효(單行復醱酵)’라고 한다.

이에 비해 우리 술은 고두밥 등에 누룩을 넣어 당화와 알코올 발효를 동시에 진행하는 ‘병행복발효’이다. 일본 사케는 당화력만 있는 코오지를 고두밥에 넣어 당화하고, 당화 중에 별도로 효모를 투입하여 알코올 발효를 일으킨다. 조금 변형된 ‘병행복발효(竝行複醱酵)’인 셈이다.

우리 조상이 언제부터 누룩을 이용해 술을 빚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주 오래되었을 것이다. 누룩은 순수 우리말로, 곡물 가루를 ‘눌러’ 만들었다는 데서 유래한 듯하다. 술, 밥, 물 등과 함께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우리말일 것이다.

누룩을 만드는 재료는 밀, 보리, 쌀, 기장, 녹두, 콩 등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만드는 시기도 겨울을 제외하고는 봄, 여름, 가을 다 가능하다.

누룩은 일반적으로 밀 등의 생곡을 가루 내어 반죽한 다음 단단하게 뭉쳐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자연 발효시킨다. 누룩 속에서는 생곡과 공기 중에 있는 곰팡이, 효모, 기타 세균 등이 자연스럽게 증식한다. 따라서 누룩은 사용한 곡물이 어떻게 재배되었느냐에 따라, 또는 보관과 수송 과정 등에서 살균 처리 등을 하였느냐 등에 따라 증식되는 곰팡이나 효모가 달라진다.

또한 누룩은 만드는 지역의 날씨 등 자연 환경에도 영향을 받는다. 즉 우리 누룩은 사용 곡물의 생산지역과 재배 방식, 누룩을 만든 지역과 시기 등에 따라 다른 성격의 발효제가 되고, 누룩을 사용해 만든 술도 달라진다.

한국의 여러 지역을 선택하여 같은 곡물, 같은 제조방식, 같은 시기에 누룩을 만들어, 그 누룩의 특성을 비교 연구하는 작업은 매우 흥미 있으며, 우리 술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작업은 간단하지 않다. 여러 지역에 누룩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이들이 네트워크화해 같은 곡물, 같은 방식으로 동시에 누룩을 제조해야 한다. 누룩을 만드는 장소와 방법도 같아야 한다.

먼저 작업을 단순화해 시작해 보자. 특정 지역에서 특정 곡물로 반죽을 한 다음 이를 즉시 밀봉해 전국의 여러 지역에 보내 유사한 환경에서 누룩을 만드는 것이다. 동일 곡물, 동일 제조방식, 같은 시기라는 조건하에 누룩이 띄워지는 지역만 달리한 것이다. 이런 누룩을 모아 특성을 비교 연구해 봐도 아주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각 지역에서 그 지역 곡물로 누룩을 만든 것을 비교 분석해 한국의 누룩지도를 완성해 보자. 우리 술 발전을 위한 아주 훌륭한 기초 자료가 될 것이다. 이런 작업을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주면 좋겠지만, 안 한다면 뜻있는 민간 조직이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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