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인사이트] 항공우주시대, 입지 좁아지는 ‘나사(NASA)’

입력 2017-05-1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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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주는 선진국 국가기관의 전유물로만 생각되던 미지의 세계였다. 우주에 대한 꿈은 민간이 아닌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해 선진국 국가기관의 중심으로 진일보하는 분야라고만 생각돼왔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실리콘밸리의 젊은 억만장자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민간 분야에서의 항공우주 산업 개척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중량화물 발사로켓(HLV)으로 불리는 대형 로켓 시대도 수년 내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대형 로켓은 로켓의 발사 중량이 큰 것이 특징인데 한 번의 발사로 사람이나 물건 등을 더 많이 우주로 내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영화 ‘아이언 맨’의 실존 모델로 유명한 앨런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자사 최대 로켓인 ‘팰컨 헤비’를 올여름 처음 발사할 예정이고, 록히드마틴과 보잉이 설립한 우주개발합작 벤처인 ULA도 신형 로켓 ‘벌컨(Vulcan)’을 개발 중이며 2019년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도 대형 로켓인 ‘뉴 글렌(New Glenn)’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역시 명성에 걸맞게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차세대 중량 화물 로켓 SLS(Space Launch System)를 개발하고 있다. 한 번에 지상에서 지구저궤도(LEO)까지 약 70t~131t을 올릴 수 있다. 다른 민간 기업들이 개발하는 HLV를 압도적인 스펙이다.

우주개발 사업이 진척될수록 많은 양의 화물을 우주로 보내는 작업은 필수가 된다. 우주항공업계가 중량 화물 발사체 개발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우주에서보다 더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한 번에 발사할 수 있는 중량이나 로켓의 크기가 아니라 아니라 얼마나 자주 발사할 수 있는지, 발사 비용이 얼마나 적게 드는지에 초점을 맞춰 로켓을 개발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지적한다. 무엇이든 간에 한 번에 통째로 옮길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기준을 잣대로 들이댄다면 나사가 야심 차게 준비하는 SLS는 세계 최고의 로켓이라고 볼 수 없다고 10일(현지시간) 더버지(The Verge)는 분석했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나사보다 민간업체들이 더 빨랐다. 화성 식민지를 꿈꾸는 스페이스X의 머스크 CEO는 일찌감치 기술이나 효율성을 따졌을 때 화성 표면에 한 번에 모든 것을 보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사람 100명이 지구와 화성을 오가는 행성간이동시스템(ITS)을 구상하고 있는데 이 시스템은 한꺼번에 연료를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지구저궤도까지 갈 연료만을 가지고 출발하고 별도로 발사된 다른 로켓을 통해 저궤도에서 연료를 공급받는 방식이다. 지구저궤도를 일종의 ‘우주 주유소’이자 중간 기착지로 삼는 것이다. 이에 머스크를 필두로 민간업체들은 재사용 로켓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로 SLS의 경우 한 가지 임무를 수행하려면 발사비용만 10억 달러(약 1조1280억원)가 투입돼야 한다. 현재 나사는 2020년 중반까지 일 년에 한 번, 많아야 두 번까지 SLS를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스페이스X가 한번 로켓을 발사하는 데 드는 최소 비용은 9000만 달러. 물론 로켓이 맡게 되는 임무에 따라 비용도 달라지겠지만 스페이스X가 로켓을 3번 이상 쏘아 올린다면 SLS보다 더 많은 우주를 다니게 되는 셈이다. ULA와 블루오리진은 로켓 발사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로켓 발사 비용으로 5억 달러를 쓰고, 1년에 두 번 쏘아 올린다고 해도 SLS보다 비용면에서 저렴하다. 전문가들은 민간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발사 비용을 필사적으로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나사 역시 비영리 정부기관이라고 하지만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나사에 책정되는 예산이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 나사에 할당되는 예산은 연간 약 190억 달러. 전체 연방 예산의 0.5%에 불과하다 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연설에서 우주 탐사에 큰 관심을 표명하긴 했지만, 업계에서는 지원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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