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피로연(披露宴)

입력 2017-04-1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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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다. 꽃의 계절이다. 피는 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선남선녀들이 결혼을 한다. 꽃피는 이 봄날에 결혼한 모든 신랑과 신부들을 축하한다. 아름다운 부부로 평생을 더욱더 아름답게 살기를 기원한다.

결혼식 때 하객들을 대접하는 잔치를 피로연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피로연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피로함을 느끼는 양가의 부모님과 일가와 친척, 친구들의 피로를 풀기 위해 베푸는 잔치로 이해하고 있다. 너무 터무니없는 이해이다.

피로연은 ‘披露宴’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헤칠(드러낼) 피’, ‘드러낼 로’, ‘잔치 연’이라고 훈독한다. 물론, ‘露’는 ‘이슬 로’로 더 잘 알려진 글자지만 ‘드러냄’, 즉 ‘노출(露出)’의 의미도 갖고 있다. 따라서, 피로연은 직역하자면 ‘파헤쳐 드러내는 잔치’라는 뜻이다. 즉, 들춰서 널리 펴고 드러내어 알리는 잔치라는 의미인 것이다.

결혼식은 일종의 선포식이다. 선포는 약속이다. 많은 하객들 앞에서 “우리 부부는 앞으로 영원히 서로 사랑하며 잘 살아가겠다”는 선포를 하는 의식이 바로 결혼식이다. 그렇게 선포함으로써 결혼한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어 알리고, 알린 것을 계기로 한 쌍의 부부로 백년해로함으로써 결혼 사실을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자 하는 것이다. 손님을 많이 초청하여 보다 더 많은 하객들 앞에서 결혼식을 하는 이유는 ‘결혼하여 잘 살겠노라’고 약속한 상대를 가능한 한 많이 늘림으로써 약속의 무게감을 더하기 위해서이다. 약속을 한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많은 사람들과의 약속을 어기고 이혼을 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에 하객을 초대하는 것은 축의금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피로연을 하는 것도 피로를 풀기 위해서가 아니다. 떳떳하게 결혼한 부부임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는 부부가 되는 약속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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