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통보서한 행간 읽어보니…

입력 2017-04-03 10:5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역사적 이별 ‘7가지 원칙’… 핵심은 ‘영국 입장 최우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사진=AP뉴시스

44년 만에 유럽연합(EU)을 떠나는 영국의 각오는 결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친애하는 투스크 의장께”로 시작하는 6쪽짜리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통보 편지에서 담담하고도 의연하게 EU에 이별을 고했다. FT는 영국 언론들이 연일 브렉시트 관련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가운데, 메이 총리가 지난달 29일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하며, 그 행간에 숨겨진 의미들을 분석해 보도했다. 서한의 핵심은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자국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우선, 메이 총리는 편지에서 “이번 결정은 영국이 동료인 유럽인과 공유하는 가치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EU 자체나 EU 내 다른 회원국에 해를 끼치려는 시도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이어 리스본 조약 50조(2항)를 발동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FT는 바로 이 부분이 브렉시트를 발동하는 문장이라고 했다. 리스본 조약 50조 2항은 ‘탈퇴하기로 결심한 회원국은 그 의사를 유럽이사회에 통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유럽이사회는 EU 각국 정상과 집행위원회 위원장들의 모임으로 EU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서한을 받는 사람이 도날트 투스크 의장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 서한에서 특히 주목할 건 탈퇴 협상에서 도움이 될 만한 ‘7가지 원칙’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이후에도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이웃으로서 우리(영국)가 누리기를 희망하는 깊고 특별한 파트너십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7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그 첫 번째는 “진실한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건설적으로 상호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FT는 영국 정부 역시 이동의 자유와 EU 단일 시장의 접근 사이에 ‘체리피킹(좋은 것만 골라가는 것)’은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지 파커 FT 정치부 에디터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결정으로 영국이 경제에 스스로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서술했는데, 그 행간에는 EU 정상들에게 ‘정말로 우리에게 더 큰 고통을 가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째 원칙은 “시민을 협상에서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서신은 “탈퇴 협상은 아주 복잡하겠지만 이 협상의 핵심은 우리 모든 시민의 이익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국에 거주 중인 EU 회원국 시민들이 많다. 상당수 영국인 역시 다른 EU 국가에서 살고 있다”면서 “탈퇴 협상은 그들의 권리에 대해 조기 합의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영국 거주 EU 시민들과 EU 체류 영국인 모두 브렉시트로 인한 생활 여건의 변화를 걱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메이 총리는 세 번째 원칙으로 양측의 포괄적 협상 지향을 제시했으며, 네 번째로는 탈퇴 협상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과 EU의 시민, 기업들이 브렉시트 절벽을 피하려면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한 단계적 이행 기간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양쪽 모두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섯 번째 원칙은 영국과 아일랜드의 특별한 관계와 북아일랜드 평화 협정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는 편지에서 “아일랜드는 영국과 국경을 접한 유일한 EU 회원국”이라며 영국의 EU 탈퇴가 결코 아일랜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이 부분을 미셸 바르니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대표가 “북아일랜드의 평화에 분열이 생기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영국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섯 번째 원칙은 이른 시일 내에 구체적 정책에 관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영국이 회담 초기에 주도권을 잡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이 총리는 금융 서비스는 경제의 핵심이기 때문에 더 폭넓게 열정을 갖고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서비스를 포함하는 자유무역협상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유무역협정과 분리된 별도의 투자 조약 협정이 필요하다. FT는 이 부분은 EU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유럽과 EU 간 무역이 문제 될 때는 유럽사법재판소가 나서서 중재를 할 수 있다.

일곱 번째 원칙은 공동의 가치를 발전시키고 보호하고자 영국과 EU가 계속 협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메이 총리는 “자유주의적이고 민주적인 가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메이 총리는 서한의 마지막 부분에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해지는 이때 유럽은 모든 시민의 이익과 자유 무역을 대변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오늘날 유럽의 안보는 냉전 직후보다 취약하다”고 안보 문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년 안에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는 게 어려울 것임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긴밀한 협조와 상호간의 신뢰, 수십 년 동안의 협력 정신이 발판이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FT는 “2년간의 포괄적인 합의” 부분에 주목했다. ‘포괄적’이라는 수식어는 2019년까지 큰 틀의 무역 협정 개요에 대해선 합의를 이룰 수 있지만 세부 안건과 비준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