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태양초

입력 2014-10-1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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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효 한국전력 경기지역본부 기획관리실 차장

고추라고

다 붉은 게 아니며

붉다고 다 태양초가 아니다

뙤약볕 아래 맨 몸으로 살았다고

햇살만 담은 게 아니다

어미 배를 가른 산고(産苦)의 아픔

탯줄 같은 꼭지로

빗물만 머금은 게 아니다

농부의 손때 묻어 반질거리는 것이지

안개 자욱한 고추밭에서

실바람과 노닥거린 것만은 아니다

땅벌 침 몇 번 맞고

뭉게구름 무심히 지났다고

야속해서 매운 게 아니다

한 점 외로운 고추씨

무서리 올 때까지 금줄 주렁주렁 매단다고

혼자 잘 먹고 살자는 게 아니다

고추라고

다 붉은 게 아니며

붉다고 다 태양초가 아니다

잇몸에 낀 고춧가루 보고

얼굴 붉어지는

그대가

태양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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