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비정규직 여직원, 해고 후 자살…"내 나이 스물다섯, 아버지뻘에 성추행 당해"

입력 2014-10-06 15:01수정 2014-10-0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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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경제단체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A씨(25·여)가 해고된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자살한 A씨는 유서를 통해 기업 대표들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6일 YTN에 따르면 대학을 조기 졸업한 A씨는 2년 전 국내 굴지의 경제단체에 비정규직으로 입사했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교육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A씨는 무기계약직 전환에 힘써주겠다는 간부들의 말을 믿고 야근과 주말근무를 마다치 않았지만, 2년 계약이 끝난 지난 8월 말 해고 통보를 받았다.

A씨는 해고를 당한지 26일 만인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가 남긴 장문의 유서에는 비정규직에 대한 설움과 함께 기업 대표들에게 스토킹과 상습 성추행을 당한 정황도 나왔다.

A씨가 경제단체 상사에게 보낸 메일에는 "워크숍 회식 자리에서 한 기업 대표가 제게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 "팔, 어깨에 손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계속 저만 찾아 돌아다녔다", "교육프로그램이 끝난 뒤 열린 회식자리에서 아버지뻘 되는 기업인이 몸을 더듬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발언을 수시로 들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 메일을 받은 상사는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성추행 의혹을 받은 기업 대표들은 오히려 "본인이 술에 취해서 내 다리에 앉고, 그런 행동을 보였다"고 A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A씨는 유서를 통해 "최선을 다하면 어느 정도는 살 수 있겠지. 하지만 내 나이 스물다섯에 너무 큰 착각? 오해?"라면서 "내가 꽤 긴 시간, 2년 동안 최선을 다하고 정을 쏟고 기대하고 미래를 그려나갔던 그 경험들이 날 배신하는 순간, 나는 그동안 겨우 참아왔던 내 에너지들이 모조리 산산조각 나는 것 같더라…내가 순진한 걸까?"라며 설움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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