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주 사법처리 기업들의 경제적 피해는 측정 불가

입력 2014-09-2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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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투데이 DB, 연합뉴스)
황교안 법무부장관에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기업인 사면 발언 후 그룹 총수가 수감중이거나 재판을 받는 대기업이 술렁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업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총수 부재로 대규모 투자 등 굵직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던 문제가 해소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다.

총수 부재 후유증에 기업들이 겪는 경영차질은 심각하다. 재계에서는 경제적 피해가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계 서열 3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1년 8개월을 복역해 기업 총수 중 최장 수감기록을 세우고 있으며 가석방이 가능한 상태다. SK그룹은 총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실적 악화와 성장동력 상실 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STX에너지 인수전과 최근 경비업체인 ADT캡스 인수를 포기했다. SK에너지가 호주 유나이티드페트롤리엄(UP) 지분을 인수하려던 계획도 철회했다. 최 회장 공백 후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해 운영 중이나 대규모 투자에 따른 책임을 지고 과감한 결정을 내릴 주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글로벌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셰일가스에서는 광구 확보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SK이노베이션으 2011년 7월 브라질 원유 생산광구를 24억 달러에 매각하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았으나, 6월 미국 오클라호마 주(셰일가스)와 텍사스 주(일반 원유)의 광구를 3억6000만 달러에 인수한 것이 성과의 전부다.

또 최 회장이 하이닉스의 D램에 편중된 사업 영역을 시스템 반도체 분야로 개편하기 위해 퀄컴, 시스코 등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진과 만나 협력을 모색했으나, 구속 수감 이후 이러한 사업 기회는 사실상 공중으로 날아갔다.

CJ그룹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재현 회장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CJ그룹은 올해 상반기 투자 예정 금액 1조300억원 중 35%인 4800억원의 집행이 중단되거나 보류됐다. 생물자원 관련 해외 기업 인수도 포기했고, CJ대한통운은 올해 국내 중부권 물류터미널 거점 확보에 6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보류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경영위원회가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나 대규모 투자 결정을 선뜻 내리기 어려워 이마저도 중단한 상태다.

이 밖에 효성그룹은 총수인 조석래 회장의 재판과 부재로 대외 신뢰도가 떨어져 입찰 등 해외 비즈니스에서 차질을 겪고 있다. 태광산업은 업황 침체에 대한 선제 대응에 실패해 2012년에는 11년 만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은 총수 경영체제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상당수로, 특히 새로운 투자나 고용을 결정하는 데 있어 총수의 역할이 상당한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사법처리를 받은 기업 총수라도 사안에 대해 반성하고, 그에 따른 (변제 등) 행동을 성실히 이행하면 대국적인 견지에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도 경제살리기와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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