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과 국민은행의 역대 최고경영자(CEO)는 모두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리딩뱅크’라던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위상이 무색할 지경이다.
KB금융과 금융당국의 악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돼 초대 통합 은행장으로 출발한 김정태 전 행장은 3연임을 꿈꾸다 임기를 한 달 앞두고 제재를 받았다.
그해 9월 열린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김 전 행장은 국민카드 합병과 관련해 회계기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김 전 행장은 다음달 말 임기종료와 함께 물러났다.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 회장 출신의 황 전 회장은 2008년 9월 KB금융 지주회사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금융권에 복귀했지만 불과 1년 뒤에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고 불명예 퇴진했다.
우리은행 재직시절 1조원대의 파생상품 투자 손실이 이유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이후 황 전 회장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해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하게 징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외국계 은행의 정통 뱅커 출신인 강 전 행장은 2009년 9월 황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은행장 겸 회장직무대행을 수행했다. 은행장으로서는 앞서 연임에 성공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 전 행장도 부실대출과 카자흐스탄 BCC은행 투자손실, 이사회 허위보고 등으로 문책상당 경고를 받았다. 당시 금감원 조사를 놓고는 무리한 뒷조사라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어윤대 전 회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KB지주가 ING생명 인수 무산 후 주총 안건 분석기관인 ISS에 미공개 정보를 건넸다는 이른바 ‘ISS사건’으로 주의적 경고를 받은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에 대해 지난 4일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관련해 여러차례 보고를 받았음에도 위법·부당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사유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 행장은 경고를 받은 즉시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