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히 떠나는 삼성家 사위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

입력 2006-09-08 09:18수정 2006-09-09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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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의 다섯 번째 사위로 재계에 입문한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67)이 지난 7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신세계 주식 전량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그 자신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은 본인이 보유하던 신세계 지분 전량(7.2%)을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에게 증여했다.

이로써 정 명예회장은 신세계I&C 주식 6만4000주와 비상장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 주식 5천주가 남은 전재산이 됐다. 금액으로는 90억원 정도로 재벌가의 사위 치고는 형편 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정 명예회장은 한때 삼성가에서 가장 사랑 받는 사위로 삼성그룹의 차세대 경영인으로서 각광받았으나 1980년대 후반 갑자기 일선경영에서 물러나 다시는 경영일선에 복귀하지 않았다.

이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은 정 명예회장은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는 부인 이명희 회장과 달리 1년에 한 차례씩 부장급 이상 간부를 조선호텔에 모아 놓고 세계 경제 흐름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윤리경영 등에 강의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오너 일가의 일원으로 목소리를 내기보다 삼성 출신 경영인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회사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콜롬비아대학·대학원에서 수학한 엘리트 출신이다. 결혼 뒤 삼성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그는 1969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20여년간에 걸쳐 삼성전자부품 부회장, 삼성물산 부회장, 삼성항공 부회장, 삼성종합화학 부회장 등 주요 직책을 두루 거쳤다.

97년 신세계가 삼성에서 공식 분리되면서 조선호텔 회장을 맡으며 삼성을 떠난 그는 전자공학, 산업공학 등 자신의 전공을 살려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특히 정 명예회장은 1977년 삼성전자 이사 재직시 미국 HP사와 손잡고 HP사업부를 시작한데 이어 84년 삼성전자 사장 시절에는 자본금 1000만달러를 들여 삼성HP를 설립, 현재의 삼성전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재계의 인재가 은막의 저편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는 재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왠지 모를 씁슬함을 내포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선발공모에 도전장을 내밀고 또 다른 목표를 위해 정진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우주인은 내 마직의 도전이다. 우주정거장에 올라간 모습을 손주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새로운 목표를 위해 또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 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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