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건호 행장 "거취 포함 이사회에 모두 일임 하겠다"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은행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의 갈등과 관련해 자신의 거취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이사회에 모두 일임하겠다고 밝혔다.

1일 이 행장은 주전산기 교체 의사 결정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 이후 내 거취에 대해 얘기가 많다"며 "그동안 KB국민은행 수장으로서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외부 잡음이 생기게 된 것에 대해 국민들과 이사진들에게 사죄를 드리고 내 거취를 포함한 모두를 이사진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기자회견을 열기 전 이같은 내용을 박재환 사외이사에게 사전 논의했다.

그는 "이사회 대표로 참석한 박 사외이사를 만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사과하고 내 거취를 일임하겠단 뜻을 전했다" 라며 "박 이사도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답했다"라고 전했다.

이 행장은 자신과 갈등을 빚어온 이사회에 거취를 맡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이사회는 조직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라며 "주전산기 문제와 별도로 내가 조직에 필요한 사람인가 아닌가를 알아서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전산기 교체 관련 보고서를 조작한 혐의로 임 회장 측 인사를 포함한 내부 관련자를 고발한 것에 대해 "범죄자 고발은 임 회장과의 갈등 문제와 별개의 일"이라며 "조직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선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김재열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와 문윤호 IT기획부장, 조근철 국민은행 IT본부장 등 3명을 업무방해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사태가 '집안 싸움'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 행장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왜곡이 있었고 범죄 혐의가 있다면 은행장으로서 규명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이것이 어떻게 집안 싸움인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간담회 내내 이 행장은 자신의 결정을 단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만약에 주전산기에 문제가 생겨 시스템이 마비된다면 그야말로 은행의 존망이 걸리게 된다"며 "또 국가경제 전체가 큰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장으로서 문제점을 알고도 도저히 넘어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