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180억 달러 이를 듯…미국 높은 세금 피하려 인수 추진 비판도
미국 패스트푸드체인 버거킹이 캐나다의 커피·도넛 전문점 팀홀튼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인수가 성공하면 버거킹은 팀홀튼 소재지인 캐나다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다. 이는 ‘조세회피’ 수단 중 하나인 ‘세금 바꿔치기(세율이 낮은 곳으로 본사를 옮기는 것, tax inversion)’로 미국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고 WSJ는 내다봤다.
한 소식통은 “양측이 새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버거킹이 팀홀튼을 사들이면 세계 3대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 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기업가치를 합하면 현재 약 180억 달러(약 18조4000억원)에 이른다고 WSJ는 분석했다.
본사 이전으로 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에 더 적은 세금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일부 경우에는 회사 전체 법인세율도 낮아진다. 그러나 미국 정부 세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정치권이 버거킹 인수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특히 버거킹은 미국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올 들어 이런 본사이전을 위한 인수·합병(M&A)이 미국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제약업체 애브비가 지난 7월 아일랜드 희귀질한 전문 업체 샤이어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메드트로닉도 6월 아일랜드 코비디엔을 사들였다. 앞으로 수 개월 안에 ‘세금 바꿔치기’ 딜이 더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 정부는 기업들의 이런 관행을 막기 위한 입법 조치를 의회에 요구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제이콥 류 재무장관이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선택사항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버거킹은 1954년 마이애미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시작해 현재 약 100개국에 진출한 세계 2위 햄버거체인으로 성장했다. 매일 전 세계 1만3000여개 버거킹 매장에서 1100만명 이상이 식사한다.
캐나다 대표 커피 전문점 팀홀튼을 인수하면 맥도날드의 맥카페에 대항해 커피 라인업을 확대하려는 버거킹의 계획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