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환·하나 통합, 공감이 우선이다 - 박선현 금융시장부 기자

입력 2014-08-19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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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대화는 공감이 우선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중 해미성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짧은 시간이었지만 ‘교황 앓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낼 정도로 큰 신드롬을 일으켰다. 낮은 자세에서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려는 그의 진정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기자는 교황의 메시지 속에서 외환·하나은행 조기통합의 키워드를 찾아낼 수 있었다.

현재 외환은행은 하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두고 첨예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양측은 핑퐁게임을 하듯 “수익성 악화로 인해 조기통합이 불가피하다”입장과 “조기 통합은 2·17합의서를 위반하는 일”이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며 연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태 회장이 조기통합을 언급한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단 한번도 노사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들의 갈등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준다.

교황의 말처럼 진정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공감이 우선해야 한다. 저금리·저성장으로 인해 금융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외환은행은 수익성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 순이익은 3600억원으로 지방은행인 부산은행(3070억원)을 간신히 앞섰다.

비용 지출도 다른 은행보다 많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직원 1인당 비용을 2011년의 82% 수준으로 절감한 반면 외환은행은 104%로 늘어났다. 사측은 조기 통합으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만 연간 3000억원 이상 달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측이 조기 통합의 대의적 명분으로 내세운 ‘수익성 악화’가 수치로써 극명하게 드러난다.

노조의 불안도 당연하다. 외환은행은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주요 보직에 친(親) 하나금융 인사가 줄줄이 올랐다. 조기 통합이 이뤄질 경우 외환은행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인사에서 불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다.

조기 통합을 결정한 사측도, 이를 반대하는 노조도 그 이유가 분명하다. 양측은 이같은 서로의 입장에 ‘공감’해야 한다. 사측은 직원들이 불안해 하는 인사 불이익의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노조는 은행 발전과 달라진 금융 환경 변화를 받아들여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은 김한조 행장이다. 종교적 믿음을 달리하는 비신자들까지 교황에게 열광한 것은 그의 ‘진정한 리더십’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단상에서 조기 통합을 외치는 수장이 아닌 직원과 같은 위치에서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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