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호 국제팀 기자
멕시코 동부에서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6.3지진. 중국 윈난성 루뎬현에서 3일 일어난 규모 6.5의 지진. 지진 규모는 비슷했으나 결과는 ‘극과 극’이었다. 멕시코는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반면 중국은 6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지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이런 극단적인 결과를 낳은 근본 원인은 중국 정부의 대책 부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9만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쓰촨성 윈촨 대지진 이후 윈난과 쓰촨성 등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에서 주택 개조사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쥐꼬리만한 보조금에 의존한 대책은 단지 정부가 행동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윈난성이 지난 2007년 이후 내진주택 건설 용도로 가구당 5000위안(약 8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나머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물론 지방정부 부채 급증 문제 해결이 시급한 중국 정부 입장에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진피해를 막으려는 장기 대책의 부재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중국 중앙정부는 이번 지진에 6억2300만 위안의 구호기금을 편성했으나 그 가운데 얼마나 마을 재건에 투입할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내진주택 건설 등 지진대책이 궁극적으로 낙후된 서부지역의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진대책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윈난과 쓰촨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하면 더 많은 관광객이 이 지역을 찾을 것이다. 내진주택 건설로 냉각된 부동산시장에 조금이나마 온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