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언론, 조사 사실 일제히 공식 보도…중국 건국 이후 상무위원 처벌 첫 사례 될 듯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시절 권력서열 9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저우융캉이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다.
중국중앙(CCTV)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29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중공중앙)가 저우융캉 전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겸 정법위원회 서기를 엄중한 기율위반 문제로 공식조사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저우 전 서기는 시진핑이 중국 국가주석에 취임한 이후 뇌물수수와 권력남용, 정변기도 등 각종 부정부패 혐의로 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당국이 저우 전 서기를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영언론들이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중국 최고지도부에 해당하는 상무위원 출신 인사가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된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상무위원이 비리문제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었다. 정부가 저우융캉 조사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은 사법처리가 거의 확실시된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저우 전 서기는 에너지정책과 대형 국영기업에 영향력을 가진 중국 정치계파 ‘석유방’ 출신이다. 그는 또 지난 1999~2002년 쓰촨성 당서기를 지내면서 인맥을 쌓아 ‘쓰촨방’도 구축했다.
장쩌민 전 주석의 총애를 받았으며 후진타오 시절 공안과 사법 분야의 톱인 정법위원회 서기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부정부패 혐의로 낙마한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를 지지하면서 후 전 주석과 시 주석은 반발을 초래했다. 저우가 공안과 무장경찰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보시라이와 협력해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설도 돌았다. 시 주석이 권력을 잡기 전 중국 정치 상황에 대해 외교 소식통들은 톈안먼 사태 이후 가장 격심했던 권력투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지난 2012년 11월 당 총서기 취임으로 권력을 장악하고 나서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부르짖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호랑이(고위관리)와 파리(하급관리) 모두 때려잡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저우융캉이 시 주석이 말한 ‘호랑이’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사정당국은 이미 지난 1년여간 저우 전 서기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전ㆍ현직 고위관료들을 잡아들이며 저우를 압박했다.
저우 조사 사실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이르면 올 가을 열리는 당 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전후해 저우융캉 사법처리 방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달리 양 시카고대 교수는 “저우는 강력한 제국을 구축했던 매우 영향력 있는 인사였다. 시 주석은 자신의 권력이 위협받기를 원치 않는다”며 “부패와 권력남용에 대한 조사를 통해 시 주석은 당내 기반을 다지려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