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 “금리 논의하지 않았다”…李 “경제인식 차 없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이심(以心)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전심(傳心)됐을까.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21일 만났다. 한국경제 쌍두마차인 두 사람은 이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쉬운’ 입장인 최 부총리가 대학 선배이자 한은 선배인 이 총재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폈다. 실세인 그가 첫 기관장과의 회동의 대상으로 이 총재를 선택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러나 가장 관심을 모았던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최 부총리가 기존 입장과 마찬가지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사항이라며 논의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 총재에게 “(정부) 경제팀과 한은이 경제의 양축”이라며 “서로 협력하고 얘기를 나눠야 대한민국 경제가 잘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총재는 “경제 상황에 대한 서로의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좋다”면서 “인식의 간극을 좁힐 수 있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최 부총리는 호감을 적극적으로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총리 취임 후 공식적으로 다른 기관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1979년에 한은에 취업해서 6개월여 다니다가 공무원으로 옮긴 인연이 있으며 총재님은 대학 선배이시기도 하다”라고 소개했다.
최 부총리는 이 총재와의 1시간여간의 비공개 회동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논의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금리는 금통위 의결사항”이라며 “대화 과정에서 금리의 ‘금’자도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이 총재님은 평생을 한은맨으로 사셨기 때문에 한은 역할에 누구보다 이해가 깊으시고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크게 하고 있다”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의 ‘기대’ 발언은 금리인하에 대한 요청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최 부총리와의 경제인식의 차에 대한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두 수장의 경제인식이 같다고 하더라도 정책공조 방향은 여전히 미지수다. 최 부총리는 앞서 경기회복의 방안으로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반면 이 총재는 금리를 인하하면 안그래도 심각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고 소비여력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얼마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동이 내달 금통위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부총리와 이 총재는 만남을 정례화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갖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