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국내 증권사들이 대패했다. 2분기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에서 외국계 증권사들이 족집계 실력을 과시한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헛다리 전망으로 망신을 당한 것.
삼성전자의 목표가도 국내 증권사들이 외국계보다 후한 면이 있어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분기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26개 증권사의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인 8조471억원보다 8000억원 이상 밑도는 수치다.
지난달 말부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7조원대 후반으로 낮춰 잡은 증권사가 많았지만 삼성전자는 이보다도 한참 밑도는 잠정 실적을 내놨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8조원대로 내다본 증권사도 15개로 절반이 넘었다.
국내 증권사와는 달리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은 국내 증권사보다 훨씬 정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NP파리바와 CIMB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7조1500억원과 7조2190억원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실제 발표치에 거의 들어맞는 전망치다.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 대결에서 외국계 증권사가 압승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딱 1년 전인 지난해 2분기 실적 전망에서도 외국계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9조원대 중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10조원 이상을 기대했다.결국, 삼성전자의 작년 2분기 영업이익이 9조5000억원으로 확정돼 증권사들의 대결은 외국계의 압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실적을 놓고도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가 ‘2라운드 대결’을 벌였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2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삼성전자 주가 전망도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투자기관보다 더 낙관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6곳이 제시한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170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계 기관이 내놓은 목표주가 평균치보다 약 12만원 높은 수준이다.
투자의견으로는 '보유'(hold)를 제시한 아이엠투자증권 한 곳을 제외하고, 나머지 25개 증권사 모두가‘매수’의견을 내놨다.
반면 외국계 기관 16곳의 삼성전자 목표주가 평균치는 158만6000원이었다.
외국계 기관 상당수가 국내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했지만, 국내 증권사처럼‘매수’ 일색의 투자의견을 내놓지는 않았다. 독일의 베렌버그 은행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115만원을 제시하며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것.
BMO 캐피탈 마켓은 목표주가 140만원에 투자의견‘시장수익률’을 제시했다. CIMB와 스탠다드차타드도 각각‘매수’보다는 보수적인 투자의견인‘비중추가’(add)와‘중립’(in-line)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