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공급 과잉사태 때 30만원 상당 월급 탈지분유로 지급… 올해도 분유 재고 쌓여 ‘괴소문’
최악의 공급 과잉사태를 맞고 있는 우유업계에 괴담 수준의 소문과 웃지 못할 촌극이 끊이질 않고 있다. 원유 공급 과잉으로 우유 재고가 급격히 쌓이면서 우유업계 1위 서울우유가 직원들의 월급 일부를 탈지분유로 대체할 수 있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이미 서울우유는 2001년 공급 과잉 당시 30만원 상당의 탈지분유를 월급으로 지급한 전력이 있다.
한 대형유통업체 우유 구매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서울우유 내부에서 분유로 월급을 대체 지급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과거 월급 일부를 분유로 받았던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 원유 공급 과잉이 수개월 더 이어질 경우 조합이 축산농가에 지급하는 원유 지급금 일부도 탈지분유로 대체할 수 있다는 소문도 번지고 있다.
남아도는 원유로 만드는 탈지분유의 재고량은 올 상반기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 초 9만2677톤이었던 재고는 지난 5월엔 19만4433톤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반면 소비는 줄었다. 이마트의 올 상반기 우유 판매량은 작년 상반기보다 7%가량 하락했다. 7일 롯데마트에서는 서울우유 2.3ℓ가 5820원에서 4720원으로 19% 할인 판매되는 등, 서울우유를 비롯한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은 최대 20% 가량의 할인행사를 연중무휴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 A유업은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한 임원회의에서 분유 재고 활용방안 대책 회의를 열었다. 상반기 적자가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유명 MBA(경영학석사) 출신 임원이 “지금으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기르는 젖소는 더위에 약한 ‘홀스타인’종인데 폭염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유 생산량이 10∼20% 줄어든다”고 언급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임원은 “결국 대책은 없고 하늘만 쳐다보아야 한다는 말 아니냐. 유명 MBA 출신이 한 말이라 회의 참석자들이 웃음을 참느라 꽤나 고생했다”고 허탈한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