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채무변제 한숨 돌린 최태원 회장

입력 2014-07-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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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타격 없이 빚 부담 줄이고… 훙하이는 ICT 동력 찾아 ‘윈윈’

▲사진제공 SK
최태원<사진> SK그룹 회장이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라’, 즉 ‘감히 청하지는 못할 일이나 본래부터 간절히 바라던 바’를 해결했다. SK C&C 지분을 대만 훙하이(鴻海)그룹에 매각해 수천억원의 현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 회장은 SK C&C 지분 4.9%(245만주)를 주당 15만5500원, 총 3810억원에 시간외매매로 매각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 외에 특별 관계자 5인의 보유지분율은 48.53%에서 43.63%로 줄었다.

최 회장의 지분을 사 간 곳은 대만의 훙하이그룹이다. 훙하이는 애플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제품을 생산하는 팍스콘의 모기업이다. 훙하이그룹은 자회사 베스트 리프 엔터프라이즈를 통해 최 회장 지분을 매입했다고 대만증시에 공시했다. 훙하이는 이번 지분 매입이 장기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분 매각은 최 회장과 훙하이그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성사됐다. 최 회장은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대로 추정되는 규모의 채무를 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사의 대표이사와 회장, 계열사 임원 등을 관두기 전에는 회사에서 받는 보수와 배당금 등으로 4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대출금 이자를 해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실형을 확정받은 뒤 임원직에서 모두 물러나게 돼 이자 마련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할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력 상실이다. 최 회장은 SK C&C 보유 주식 1655만주 중 43.2%인 715만4153주를 주식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주담 대출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고 계속 연체할 경우 최 회장이 맡긴 SK C&C 주식이 몰수되거나 공개 매각을 통해 제3자에게 넘어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경영권에 위협받지 않는 수준에서 훙하이그룹에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현금은 가뭄의 단비와 같다.

이동통신사업에서 다변화를 꾀하던 훙하이그룹으로서도 이득인 거래다. 일단 SK C&C의 현재 주식가치보다 6%가량 낮은 가격에 SK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SK C&C 지분을 획득했다. 애플 등의 제품을 주문자 상표 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하는 팍스콘의 모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SK그룹과 전략적 관계를 통해 ICT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훙하이그룹으로서는 SK그룹과 신규 사업을 모색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을 것”이라며 “최 회장은 채무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것은 물론 새로운 사업 파트너까지 생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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