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강세는 내수진작?…해외 지출·직구만 느네

입력 2014-07-01 09:19수정 2014-07-0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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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국민의 구매력이 상승하는만큼 내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딴판이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만 50원 넘게 절상됐음에도 민간소비는 별다른 개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외 지출과 직구 같은 ‘외수(外需)’만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월평균 기준으로 작년 12월 1056.67원을 기록했으나 올 6월에는 1019.36원까지 떨어졌다. 또 지난 2월(1071.30원)부터 꾸준히 하락해 올해만 4.45%나 절상됐다.

그러나 마치 연결고리라도 끊어진듯 원화 강세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소비 개선세를 가시적으로 볼 수 있는 대형마트 3개사의 상반기 매출이 작년보다 줄었다. 올 1월 1일부터 지난달 22~25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이마트(-0.3%), 홈플러스(-4.1%), 롯데마트(-2.9%) 등의 매출이 모두 감소했다.

또 올 1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2.5%로 주요 예측기관의 예상치에 크게 못 미쳤다. 2분기 역시 세월호 참사 여파와 월드컵 특수 실종으로 큰 폭의 호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국내 연구소들은 최근 소비부진을 포함한 내수부진을 이유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했다.

반면 원화강세로 해외여행에서 지갑을 여는 씀씀이는 커졌다. 한국은행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5월 내국인의 해외 관광지출은 78억2930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1.6% 증가했다.

이는 해외 관광객 수가 꾸준히 늘어난 것 외에도 최근 원화 강세로 해외관광객의 1인당 씀씀이가 급증한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5월 중 해외 관광객은 122만3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3.2%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1인당 해외관광 지출액은 1324달러로 7.8% 늘었다.

해외 인터넷 쇼핑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물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직구도 원화강세에 탄력을 받아 큰폭으로 늘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세관을 통해 수입된 해외 인터넷 쇼핑 물품은 496만7000여건, 금액으로는 4억7877만1000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수입금액은 56% 이상 급증했고, 수입건수도 52%나 늘었다.

그러나 이런 해외 지출과 직구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일반 소비와 달리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효과가 미미해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하락했음에도 외환당국이 미세조정 수준의 개입에만 그친 것은 은 내수부양을 위한 것인데 실제로 민간소비 등 내수는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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