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증권사들이 제시했던 올해 상반기 코스피 밴드(예상 등락범위)를 실제치와 비교한 결과 상·하단이 모두 빗나갔다. 심지어 상반기 마감을 한 달 앞두고 제시한 코스피 밴드조차도 들어맞지 않았다.
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상반기 평균 코스피 밴드는 1942.5∼2236.3였다. 실제 올해 상반기(전날 기준) 코스피 등락 범위는 1885.5∼2022.6였다.
일부 증권사는 올해 상반기 안에 지수가 2350까지 갈 수 있고, 설령 떨어지더라도 2000선은 붕괴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새해 첫 거래일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1월 2일 코스피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보다 44.15포인트(2.20%) 급락해 1970선을 밑돌며 장을 마친 것.
이에 증권사들은 연말에 제시했던 코스피 밴드를 바로 수정했다. 지난 1월 기준 올해 상반기 평균 코스피 밴드는 1830.3∼2089.0으로, 작년 연말과 비교해 보름도 채 안 돼 코스피 밴드의 상단과 하단이 각각 6.6%, 5.8% 낮아졌다.
증권사들의 상반기 코스피 예측은 상반기 마감을 한 달 앞둔 지난달 기준으로 살펴봐도 괴리가 있었다.
지난 5월 기준 증권사들의 평균 코스피 밴드는 1872.7∼2117.0. 실제 코스피 흐름(1885.5∼2022.6)과 비교하면 하단은 실제치와 근접했으나 상단이 높았다.
지난달 기준으로 코스피 최고점을 가장 근접하게 맞춘 증권사는 대신증권(예상 최고치 2050)이다. 동양증권(2070), 하나대투증권(2070), 현대증권(2080)의 전망도 실제치와 그나마 가까웠다.
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올해 상반기에는 코스피가 박스권을 돌파할만한 모멘텀이 별로 없어, 다른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흐름을 예측할 때 ‘상고하저’로 본 반면에 대신증권은 ‘상저하고’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KTB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2250까지 오른다고 예상해 실제치와 큰 괴리를 보였다. 삼성증권(2150)과 하이투자증권(2150)의 코스피 최고점 예상치도 실제치와 거리가 멀었다.
한편, 올해 상반기를 지켜본 증권사는 하반기 코스피 전망을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하반기 평균 코스피 밴드는 1932.2∼2222.2로 상반기와 비교할 때 지수의 최저 예상치는 올라왔지만 최고 예상치는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증권사들이 하반기 코스피 예상 최고치를 높여 잡지 않은 이유는 실적 부담감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실적 하향 압력 때문에 7월 증시도 소강 장세가 불가피하다”며 “하반기 내내 실적에 대한 불신이 주가 상승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지수예측모델에 적용된 기업이익이 20% 이상 감액되고 소비를 포함한 내수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며 하반기 코스피 예상 최고점을 2420에서 2200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