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한국IBM 공정위 신고 강행 ... 이건호 행장 리더쉽 흔들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OS) 변경을 두고 벌어진 사외이사와 경영진간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로 의결했다. 그동안 여러차례 간극을 좁히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이날까지 양측은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임직원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대규모 중징계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끝까지 타협을 찾지 못 하자 업계에서는 금감원의 징계로 경영진의 거취가 결정돼야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둘 중 한명은 물러날 것’이란 퇴진설이 회자되고 있다.
◇ 사외이사, 한국IBM 공정위 제소 강행 = KB국민은행 사외이사진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IBM과 한국IBM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키로 결정했다.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의사 결정이 확정되기 전 추가 사용 계약기간 동안 IBM의 우월적 지위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사진은“IBM한국대표는 이사회가 열리기 10일전인 4월 14일에 은행장에게 이메일 보내 메인프레임의 가격을 지난해 가격보다 낮춰 제안했다”며“즉석 상정안건의 절차상 하자에도 불구하고 상임감사위원 제의안을 함께 놓고 표결했지만, 결국엔 1년여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용요소를 비롯한 필요충분조건이 확인된 유닉스업체들에게 제안 요청서를 발송하기로 최종 의결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건호 행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번 제소에 대해 반대의견을 밝혀 왔다. 실익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행장은 이날 이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에서 결론 난 것에 대해서 따를 수밖에 도리가 없지 않겠냐”면서도“반대표를 행사했다”고 전했다.
◇이건호 행장 리더십 손상…경영파행 불가피 = 사외이사가 경영진의 의견을 배제한체 독자적으로 의결 안건을 상정해 의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더 이상 자체 진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특히 이번 일로 이 행장은 리더십에 큰 손상을 입었다.
‘임영록 회장-사외이사’, ‘이건호 행장-정병기 감사’이 한 배를 탄 형국 속에서 금융권 시선은 26일 예정된 제재심의위원회로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KB금융 소명에도 불구하고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중징계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불호가 갈리는 OS선택의 문제를 떠나 KB금융 지휘부 의사결정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한편 국민은행 노조는 사외이사에 대한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건호 행장과 정병기 감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진 8명을 업무상 배임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이사진 8명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4월 24일 유닉스 전환을 승인한 이사회 의결에 대해서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