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 낮은 곳에 살아도 소나기 눈앞이라고 납작 엎드리지 않는다.명지바람 앞이라고 고개 세우지 않는다.나긋나긋 몸짓으로 바람 맞고 낭창낭창 마음으로 빗물 안아주는 나는 잡초다.내 이름 모르는 당신한텐 잡초일 뿐이다. 그러나 당신이 바람 앙칼진 산길에서 억새 칼 맞았을 때 눈에 띄는 대로 내 살점 톡톡 뜯어 다른 두 목숨의 그것과 함께 찧어 붙이면 당신의 피 멎게 하는 약초다. 무시로 당신 발길에 채이지만 때로는 끼리끼리 뭉쳐서 당신의 아픔 덜어주는 아무런 세 가지 풀 가운데 하나다.바람 불면 바람만큼 몸 흔들며 비 오면 빗발만큼 툭툭 어깨 털며 더욱 아귀차게 이 땅을 움켜쥐는 배경이다. 이 땅의 모든 걸 돋워주는 여백이다. 당신이 잡초라 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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