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상장, 삼성그룹 순환출자 해소 급물살 타나

입력 2014-06-0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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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버랜드 상장이 삼성그룹의 본격적인 순환출자 해소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3일 “삼성에버랜드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볼 때 이번 상장 결정은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화하려는 목적이 클 것”이라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승계구도를 더욱 명확히 하려는 포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3.72%)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25.1%)이며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겸 삼성에버랜드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 부문 사장이 각각 8.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는 KCC로 1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대주주인 삼성생명의 2대 주주다. 삼성생명은 이 회장이 20.76%의 지분을 보유한 1대 주주이며, 뒤를 이어 삼성에버랜드가 19.34%의 지분을 갖고 있다. 즉,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 삼성전자→기타 계열사’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통해 이 회장 일가가 최대 3조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불어 연내 상장하는 삼성SDS의 주식 가치를 포함하면 총 5조원 가량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계기로 삼성그룹이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삼성전자 등과 합병할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은 그동안 제조-금융 등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의 고리를 해소하려는 모습을 조금씩 보였다. 지난 4월에는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기·삼성정밀화학·삼성SDS·제일기획 4개사가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총 328만4940주(지분율 1.64%)를 3118억원에 처분했다.

삼성이 최근 숨 가쁘게 진행한 계열사 통합 결정도 지분 구조 단순화 작업과 무관하지 않다. 제일모직의 경우 삼성SDI와의 합병으로 전자 계열로 편입된다. 지분율이 낮은 제일모직에 대한 삼성의 지배력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SDI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로 2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국민연금관리공단이 9.8%로 2대 주주다. 제일모직은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으로 11.6%의 지분을 보유하고, 삼성카드가 4.7%를 갖고 있다. 합병 후엔 삼성전자가 13.5%의 최대주주 지분을 보유하게 되며, 2대 주주는 국민연금(10.5%)이 된다. 삼성카드 지분은 1.6%로 줄게 된다. 삼성종합화학도 삼성석유화학과 합병 후 지분구조가 삼성물산 36.99%, 삼성테크윈 22.56%, 삼성SDI 9.08%, 삼성전기 8.97%, 삼성전자 5.25%,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4.91% 등의 순으로 정리된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단순화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최상위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삼성전자,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을 3개의 중간 지주회사가 세우는 것이다. 중간 지주회사별로 연관된 계열사의 지배력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전략팀장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다만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삼성그룹이) 지주사로 갈지 아직 판단하기 이른 만큼 좀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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