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판 빼닮은 KB사태 -박선현 금융시장부 기자

입력 2014-05-28 10:54수정 2014-05-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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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경영진 간 갈등을 빚고 있는 ‘KB금융 사태’가 정치판을 쏙 빼 닮았다.

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변경 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면 배임”이라는 자기 논리에 빗대어 양측은 폭로전과 배후설을 일삼고 있다.

일부 호사가들은 임 회장의 리베이트를 의심하고 있고 또 다른 소문꾼들은 이 행장이 칼을 빼든 것은 그의 부친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어 현 정권에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정병기 감사로부터 검사를 요청 받은 금감원도 검사 인력을 대폭 늘리며 ‘이번엔 철저히 내부통제 진상을 조사하겠다’며 잔뜩 벼르고 있다.

여야가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번 선거판과 흡사하다.

신원(伸寃)에 빠져 득실을 따지는 목소리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미 직원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신뢰가 생명인 금융회사 이미지는 부정·비리로 전락했다. 심지어 경쟁입찰 일정까지 지연되면서 IBM에 수십억원에 달하는 연체 사용료까지 물어주게 생겼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고위 관계자들의 입을 빌려 나온 확인되지도 않은 말들은 호사가들과 소문꾼들 ‘안줏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이틀 뒤 국민은행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최근 불거진 주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된 논의를 다시 할 예정이다. 두번째 ‘화해’시도다. 그러나 진상조사위원회 강행과 이사회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 카드가 언급되면서 이번에도 쉽게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내분사태 당사자들은 선대 경영진들이 일궈 놓은 ‘리딩뱅크’ 기반을 흔들고 있는 주인공이 정작 자신들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30일, 수뇌부들의 문과즉희(聞過則喜) 자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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