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국민은행 이사회, 갈등 봉합 실패…사태 장기화 조짐

입력 2014-05-2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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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KB금융그룹이 내홍속에 긴급 이사회가 열린 가운데 이건호 KB국민은행장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본점 로비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KB금융그룹의 주 전산시스템 교체에 따른 갈등이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3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소득없이 양측의 입장만 재확인했다. 이날 감사위원회에서는 전사 교체에 따른 관련 의혹들에 대해 사실규명 방법을 결론 내지 못했다. 또 이사회에서도 서로의 견해차가 여전해 수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파국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수습 국면에 들어간 듯 보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해 그룹 내 갈등이 어떻게 결론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다음주에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다시 열고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감사의견보고서 채택 여부를 재논의키로 했다.

◇ 소득없이 끝난 이사회…접점찾기 고심 =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화요일(27일)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를 다시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초 기대와 달리 오전 9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논의에서 별다른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사태 진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행장은 지주사와 은행의 대결 구도를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는 외부에서 비춰지는 경영진과 사외이사간의 갈등에 대해선 "이사회 보고 매번 거수기라고 비판하다가 이렇게 토론이 이뤄지는 것을 갈등이라고 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들끼리 모여 은행에 좋은 방안을 논의해 결론을 도출해 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는 전산시스템 변경 결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치열한 논쟁이 펼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는 전산시스템 변경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부분이 축소되는 등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다는 내용의 감사보고서를 이사회에 보고하려고 했지만 거부당했다.

반면 사외이사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행장과 정 감사가 지난 4월 이사회 결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가처분신청을 검토하는가 하면 그 외에도 모든 가능한 법적인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데 대해 상당한 유감을 표명했다.

◇ 지도부, 갈등의 불씨는 여전 = 이날 이사회가 봉합에 실패하자 임영록 회장과 이 행장간의 입장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와 이 행장의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계획 등으로 양측의 갈등의 골이 쉽게 봉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국민은행은 지주사가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지주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해 모회사와 자회사 간 갈등이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넌 상황이라는 해석도 있다.

때문에 다음주 중 또 한차례 이사회가 수습책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사태 해결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임 회장이 지난 22일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은행장이 사외이사들과 슬기롭게 해결하길 바란다"고 발언하면서 이 부문을 놓고 갖가지 분석이 오가고 있다. 우선 임 회장이 사태 해결 책임을 이 행장에게 넘긴 것으로 해석하면서 은행 측을 중심으로 당분간 진통이 지속될 전망이다.

임 회장은 지난 21일 "이번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갈등은 은행 경영진과 이사회 간 문제지, 지주회장과 행장 간 문제는 아니다"면서 이번 논란에서 지주와 은행이 갈등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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