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순매수 상위종목 대부분 외인기관 매도물량… ‘총알받이’ 전락 우려
외국인과 기관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 규모를 키우며 지수 하락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쏟아낸 물량을 개인이 받아내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 대부분이 외국인과 기관의 ‘팔자’로 최근 주가가 크게 빠진데다 당분간 상승 모멘텀도 부족해 또 다시 외국인과 기관의‘총알받이’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30일 코스피는 전일대비 2.98포인트(0.15%) 내린 1961.79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22억원, 201억원어치를 동반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끈 반면 개인은 홀로 88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코스피 지수가 약세를 보인 지난 23일부터 6거래일간 개인은 꾸준이 사자에 나서왔다. 이 기간 개인은 4670억원어치를 매수했으나 외국인은 91억을 사는데 그쳤다. 특히 외국인은 최근 3거래일간은 무려 3585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기관은 200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과 기관이 집중 매도에 나선 종목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이 지난 23일부터 30일까지 1881억원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1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삼성중공업의 경우 외국인은 1414억원 규모를 팔아치웠다.
이어 개인투자자가 1104억원을 순매수한 현대중공업도 기관이 1080억원을 순매도하며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이 올랐다.
네이버(968억원), 현대차(917억원), 롯데케미칼(723억원), KB금융(656억원), 한화케미칼(548억원) 등도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린 종목들이다.
이들 종목들은 기관과 외국인 매수에 밀리며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 23일부터 30일까지 9.47% 하락했으며 현대중공업은 7.19%, 네이버는 6.94%, 현대차는 6.12%, 롯데케미칼은 11.41%, KB금융은 3.03% 하락했다.
수급 상황 악화로 주가가 약세를 보인 부분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들 종목 중 일부는 향후상승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외국인과 기관이 파는데는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종의 경우 올해 1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며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상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해만 놓고보면 조선업종 실적에 대한 낙관적 견해는 무리가 따른다”며“재차 매수에 나서기엔 진폭이 약할 것이며 단기적으로는 보수적 견해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롯데케미칼도 중국의 경기회복이 지연되는데다 1분기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져 당분간 주가가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의 경우 롯데케미칼에 대해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에 이어 2분기에도 의미있는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25만5000원에서 2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백영찬 연구원은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화학제품 수요 감소 영향이 예상보다 확대되고 있다”며“중국 면화재고 축소정책으로 모노에틸렌글리콜(MEG) 가격 전망 역시 하향 조정됐으며 누적 공급 증가로 인해 부타디엔(BD) 가격 상승도 제한적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