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일석사조(一石四鳥) -김교년 화창식품 영업부 대리

입력 2014-04-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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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디스크 초기 증상입니다. 적당한 운동을 하면서 치료해야 합니다.” 3년 전, 허리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갔을 때 담당 의사가 했던 말입니다. 잦은 회식과 야식으로 갑자기 불어난 체중이 원인이었습니다.

당시 무리한 운동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심해 의사의 권유로 허리에 무리가 덜한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초급반에서 저보다 15년 넘게 어린 초등학생들과 함께 수영장에서 발차기를 시작하니 부끄럽더군요. 10년 동안 안하던 운동을 시작하니 처음엔 무척 피곤했습니다.

그러나 회식 자리를 피해가며 2년간 꾸준히 한 수영은 일상생활에도 변화를 주었습니다. 어느덧 고급반에 들어갈 만큼 수영 실력도 늘었고, 평소 피곤한 모습으로 다니던 저를 봐 왔던 거래처 직원들은 제 변화를 알아보고 “얼굴이 좋아 보인다”, “활발해졌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하루는 평소 까칠하기로 유명한 거래처 차장님과 약속이 있었습니다. 신상품 납품에 대해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려는 찰나, 그분 달력에 ‘수영대회’라고 적힌 것을 발견했습니다. 순간 뭔가에 홀린 듯 수영에 대해 얘기를 했고 참가를 약속했습니다.

함께 대회를 준비하며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까칠했던 차장님은 어느새 꼼꼼히 알려주시는 자상한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할 때 힘껏 박수치시던 차장님의 모습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며칠 후, 사무실로 서류봉투 하나가 배달돼 왔습니다. 지난번 차장님께 드렸던 제안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제안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빨간 펜으로 첨삭돼 있었고, 추가로 개발됐으면 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직 그 제품은 납품하지 못했고, 일로 만나면 차장님은 여전히 까칠하십니다. 그러나 매사에 꼼꼼한 차장님께, 저는 누구보다 먼저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수영은 제게 건강, 자신감, 까칠한 아군,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장점으로 보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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