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엔지니어링 양대 산맥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가 유럽에서 인수ㆍ합병(M&A) 전쟁을 벌이고 있다. 먹잇감은 프랑스와 영국의 국민기업인 알스톰과 롤스로이스다.
프랑스 고속철 테제베(TGV)로 잘 알려져 있는 알스톰의 이사회는 29일(현지시간) 자사의 에너지 부문을 인수하겠다는 GE의 제안을 승인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식 발표는 이르면 30일 이뤄질 예정이다.
GE는 알스톰의 발전 및 에너지 부문 인수에 120억 달러(약 12조3600억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GE는 물론 지멘스도 알스톰 에너지 부문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지멘스는 에너지사업부를 사들이는 대신에 알스톰에 자사의 고속철 ICE 등 운송설비사업을 내주고 3년간 프랑스 인원을 감축하지 않겠다고 밝혀 유리한 듯 보였다.
제프 이멜트 GE 최고경영자(CEO)가 전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극적인 반전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GE는 또 이날 올랑드 대통령 앞으로 서신을 보내 프랑스 정부가 이번 인수와 관련해 걱정하는 점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소식통에 따르면 이사회는 앞으로 1개월간 다른 제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지멘스에 여지를 남겼다.
지멘스는 영국 롤스로이스의 에너지사업부도 노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지멘스는 롤스로이스와 최대 10억 파운드(약 1조7300억원)에 이르는 에너지사업부 인수 협상을 벌이고 있다.
롤스로이스 에너지사업부는 소형 및 중형 가스터빈과 소형 산업용 발전소 등을 만드는 부서다. 인수대상에서 롤스로이스의 민감한 부분인 원자력발전 사업은 제외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롤스로이스는 영국 해군 핵잠수함에 들어가는 원자로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원자력 부문을 제외한 에너지사업부는 매출이 9억 파운드, 세전 이익은 6000만 파운드에 달했다.
지멘스가 롤스로이스와의 딜에 성공하면 알스톰 인수에서도 역전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지멘스가 자사는 발전 등 에너지 부문에 집중하는 대신 알스톰을 유럽 최대 운송설비업체로 키울 수 있다는 점으로 프랑스 정부를 설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GE가 알스톰과 그 주주들에 당장 막대한 현금을 안길 수 있고 양사 인력이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어 일자리 유지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