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효섭 건설연 원장 ‘7500만원’ 최다… 박기풍 차관 배우자 ‘1억’ 등 상당수 가족 통해 간접 보유
국내 금융 관련 고위 공직자 가운데 상당수가 가족과 함께 비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 종목은 대체로 현재 업무와의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장사 주식 보유 공직자 중 일부에서 자녀가 비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었으나 본인 외 비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이는 대다수 배우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자산 39% 비상장사 주식=지난 3월 재산을 공개한 고위 공직자 174명 중 본인과 가족 명의로 비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인물은 2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투데이가 관보를 통해 국내 금융 관련 정부부처와 기관의 고위 공직자와 가족 소유의 증권 현황을 분석한 것으로 29명의 고위 공직자 중 19명이 본인 명의의 비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었다. 이들 고위 공직자와 가족이 보유한 비상장사 주식의 평가액은 4억1000여만원으로 공직자 1인당 1200여만원에 달했다. 또 이들이 보유한 유가증권과 비상장사 주식, 회사채 등을 포함한 금융투자자산에서 비상장사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은 39% 수준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고위 공직자들이 비상장사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증여 등 세금 문제와 기업공개(IPO) 등을 고려할 때 메리트가 있다고 평가했다. 비상장사 주식의 경우 다양한 증여상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IPO까지 상당 시간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우량 비상장사 주식의 경우 회사가 잘못돼 종이조각으로 변할 걱정 없이 장기간 보유하면서 느긋하게 자산가치가 늘어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위 공직자 중 비상장사 주식 평가액이 가장 높은 인물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우효섭 원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 원장이 보유한 비상장사 주식의 평가액은 종전 6300만원이었으나 고양신성운수(700주)와 경기신성여객(910주) 주식을 추가 취득하면서 비상장사 주식 평가액이 7105만원으로 불어났다. 우 원장은 이들 주식 외에 서울신성교통 주식 1만2600주를 갖고 있다.
우 원장 다음으로는 대기업 계열사 SK텔레시스 주식을 보유한 특허청 김영민 청장의 평가액이 컸다. 김 청장이 보유한 SK텔레시스 5만주의 평가액은 2500만원이다. 이는 SK텔레시스 액면가를 기준 삼아 평가한 것으로 작년 말 기준 SK텔레시스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지만 대기업 계열사라는 이점이 있어 실제 가치가 달라질 여지가 있다.
보유 주식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오태광 원장이 다수의 비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오 원장은 KPX바이오텍 1625주를 비롯해 진켐 1만5000주, 흙살림 750주, 거산 1000주, 인섹트바이오 1000주, 라이오팁코리아 1만8523주, 바이오리더스 3920주, 프로바이오닉 300주, RNA 1500주 등 9개 비상장사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원장이 보유한 비상장사 주식의 평가액은 4900여만원에 달했다.
◇비상장사 주식을 사랑한 배우자들?=재산을 공개한 고위 공직자 중 본인이 갖고 있는 비상장사 주식 외에 다수 공직자들이 배우자를 통해 비상장사 주식을 간접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 상당의 비상장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배우자를 통해 비상장사 주식을 간접 보유한 고위 공직자 중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박기풍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다. 박 차관의 배우자는 알엠씨 주식 2만주를 갖고 있는데 현재 가치로 1억원에 달한다. 알엠씨는 레미콘 및 콘크리트제품 제조·판매 업체다.
박 차관의 배우자와 더불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정광화 원장의 배우자가 1억원 상당의 비상장사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액면가로 가액을 수정하면서 현재 가격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정 원장의 배우자는 기타 전기장비 제조업체 에스피라이팅스 주식 215주를 갖고 있다. 종전 가치는 1억원이었으나 가액 수정으로 인해 현재 가치는 100여만원으로 줄었다.
이 밖에 한국은행 산하 금융통화위원회 하성근 위원장의 배우자와 기획재정부 김낙회 세제실장의 배우자 등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비상장사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노대래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의 배우자는 지난해 노 위원장의 공정위 위원장 임명과 맞물려 보유 중이던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위원장의 배우자는 600만원 상당의 코반케미칼 1200주를 갖고 있었으나 이를 전량 매도했다. 코반케미칼은 플라스틱 필름 및 시트 제조업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