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자산규모 확대 ·인프라 구축 '바쁘다 바빠'
국내 증권사들이 IB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2008년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증권사의 업무영역이 자산운용, 신탁, 선물 등으로 확대되면서 종합금융투자회사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증시활황으로 국내증권사들이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올릴 수 있었으나 수탁수수료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데다 수수료율 과당경쟁 등으로 향후 수익원으로 자리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에 따라 국내증권사들이 IB를 비롯해 상품개발, 자산관리 등으로 그동안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줌심의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한 '블루오션'개척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생존경쟁'IB'가 대안 = 지난해 상위 5개 대형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수입이 60%에 육박하는 등 아직까지 수수료 수입 비중이 높다. 금융감독원도 2005년 3·4분기 국내 증권사의 수익 개선이 주가 상승에 따른 수탁수수료 및 ELS관련 수수료 증가, 금융수지 개선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2005회계연도 3·4분기(2005년 4월~12월) 국내증권사의 위탁수수료 부분 수위는 대우증권이 차지했다. '위탁매매 강화'를 앞세워 3551억원(점유율 11.48%)의 수입을 올렸다. 현대(3058억원) 우리(2956억원) 삼성(2907억원) 대신(2446억원)이 뒤를 이었다.
IB경쟁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인수주선 수수료에서도 대우증권이 201억2200만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교보증권(167억원)이 6위에서 2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우리(155억원) 동부(124억원) 한국투자(101억원) 순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31개증권사의 2005년 3·4분기(2005년 4월~12월) 인수주선수수료 수입은 총 183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 가량 증가했다.
조용화 대신증권 증권담당 연구원은 "과도하게 집중됐던 브로커리지 주력의 수익구조를 탈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증권사들이 IB, 상품개발, 자산관리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을 최대한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규모 이익을 창출하는 수 조원의 M&A 딜 경쟁에서 외국계 금융기관과 당당히 경쟁하려면 무엇보다 거래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 우선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자산규모는 29조원, 메릴린치도 37조원에 달하고 있으나 2006년 3월말 현재 자산규모가 1조원을 넘는 국내증권사는 6곳에 불과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말을 기점으로 국내 증권사들은 IB조직을 개편, 확대하고 TFT를 꾸리는 한편 현대증권, 한국증권, 대우증권 등은 자산규모 확대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담당부서 신설과 지원 활발 = 현대증권은 23일 주주총회를 열고 유통주식수를 3억주에서 6억주로 늘리는 정관변경안을 통과시켰다. 김지완 사장은 “아시아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산이 최소한 3조원은 돼야 한다”며 “이번 정관변경으로 이사회의 결의가 있을 경우 언제든 대규모 유상증자가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19일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의 주주총회에서 상환 및 전환우선주 발행근거를 정관에 마련했다. 특히 경영상 필요로 외국인, 국내법인 등에 발행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BW) 발행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30%에서 50%까지 확대하며 국내외 전략적 제휴 범위를 넓혔다.
대우증권은 적극적인 원본투자를 통한 수익 극대화로 2010년까지 자기자본 5조원 확보를 목표로 잡았다. 올해에는 기업인수합병(M&A)나 기업공개(IPO) 등 IB사업에 5000억원의 자기자본을 투입하는 한편 신개념 파생상품 개발능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우량 비상장 법인에 대한 적극적인 PreIPO투자를 실시하고 있으며 국내증권사중 자기자본투자PI(Principal Investment) 전담부서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우리투자증권은 2006년을 선진 투자은행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2007년까지 IB부분과 종합자산관리를 양대축으로 국제적 투자은행 수준의 수익구조를 마련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메릴린치를 모델로 IB 30%, 고객수수료 30%, 자산관리 30% 비율의 선진증권사를 지향하는 한편 향후 M&A시장 확대를 겨냥, M&A전담팀을 꾸렸다.
IB시장의 선두주자인 삼성증권은 우수한 인력과 브랜드 네임, 노하우를 바탕으로 외국계증권사와 경쟁, 대규모 M&A에서 주간사로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강원랜드, 삼성카드 등 비상장법인 일반공모 부문에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M&A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대신증권은 투자은행(IB)부문과 함께 자기자본 투자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중장기적 수익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기존 국내 IPO, 인수주선 등 소극적 IB에서 탈피하고 부동산 금융, PEF, 장외파생상품 등을 육성해 자기자본투자(PI)의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선정한 ‘2005년 IPO우수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은 ABS,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동산펀드에서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올해 2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며 기존 에이전트업무를 벗어나 M&A본부를 신설하고 상품유가증권 투자 및 지분 출자 등 자기자본을 활용해 IB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계열사 오는 7월이나 8월경 홍콩에 증권사 법인을 설립하는 등 아시아시장 개척에 힘을 쏟고 있다.
교보증권은 중소형 IPO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틈새시장을 공략,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SK증권 IB사업 본부는 올해 부동산 금융 관련 전문인력을 보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부동산 금융상품의 개발 및 판매 업무를 강화키로 했다.
하나증권은 2001년 10월부터 하나은행과 공동으로 IB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굿모닝신한증권도 신한지주 등 은행조직을 활용한 IB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증권은 종전의 IB영업본부 조직을 3개 팀에서 4개 팀으로 확대했다. 신설된 조직은 채권운용팀으로 자기자본을 채권 부문에 운용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한편,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리서치센터에 기업분석을 담당하는 신용분석팀까지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