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연차보고서]대정부 일시대출금 1년새 2배↑…정부의‘마이너스통장’(?)

입력 2014-03-2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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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정부의 일시적 자금부족을 해결해 주기 위해 대출해 준 금액이 1년 새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경기침체에 대응해 재정을 조기집행하고 세수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자 한은이 정부의 자금부족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한은이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은은 28일 ‘2013년도 연차보고서’를 통해 대정부 일시대출 횟수와 누적금액이 지난해 각각 33회, 90조817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17회, 47조2172억원)보다 각각 1.94배, 1.92배 늘어난 것이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금은 평균 잔액 기준으로 봐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대정부 일시대출금 평균 잔액은 6조5238억원으로 전년의 3조8686억원에 비해 1.69배나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재정 자금의 수입과 지출의 시차로 인해 발생하는 일시적인 자금부족 현상을 해소해 주는 등 재정활동을 적극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해 한은의 자금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사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제적으로 중앙은행의 대정부 대출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추세이며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정부가 재정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했고 세수도 예상대로 들어오지 않자 대정부 일시대출금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이라며 “정부도 자금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재정증권 발행을 늘리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순이익 2조700억원…절반 가까이 감소 = 지난해 한은의 순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와 함께 부채 규모도 증가하는 등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은의 당기순이익은 2조669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1조8185억원(46.8%) 감소했다. 외화유가증권의 이자수입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전체유가증권 이자는 7조5405억원으로 전년 대비 2조3828억원 줄었다.

부채 규모도 늘었다. 작년 말 한은의 부채는 448조3993억원으로 전년 대비 13조4865억원(3.1%) 증가했다. 이는 2012년 11조7984억원 감소에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307조4445억원에 견줘서는 45.8% 늘었다.

◇한은 보유金 처음으로 100톤 넘어…3년새 7배 급등 = 한은은 또 투자 다변화를 위해 금 매입을 확대함에 따라 보유한 금 규모가 처음으로 100톤을 넘었다.

한은 보유금 추이를 보면 2010년 14.4톤, 2011년 54.4톤, 2012년 84.4톤, 2013년 104.4톤이다. 3년 전에 비해 금보유 규모가 7.25배나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전세계 금 보유순위도 같은 기간 57위에서 34위로 올라섰다.

◇은행권 발행잔액 5만원권 8조↑…고액권 수요 증가세 지속 =지난해 말 화폐 발행잔액은 61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9조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5만원권이 7조9000억원 늘었다.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66.6%로 전년에 비해 3.7%포인트 상승하면서 지난 2009년 이후 고액권 중심의 화폐수요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 164조…전년比 6000억 증가 =지난해 통화안정증권은 175조원이 발행되고 이 중 174조4000억원이 상환됐다. 이에 따라 연말 기준 발행잔액은 16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000억원 늘었다.

RP매각(RP매입을 차감한 순액 기준) 평잔은 15조2000억원으로 전년(14조8000억원)보다 소폭 증가했다. 통화안정계정 예치금 평잔은 11조4000억원으로 전년(6조7000억원)보다 늘었다. 증권대차의 경우 연중 3회에 걸쳐 총 14조3000억원의 국채를 차입했다.

전체 유동성 조절에서 통화안정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86.0%로 전년(88.3%) 대비 하락했다. RP매각은 8.0%로 전년(8.1%)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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