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어음 갚지 못해…금융계에서는 반발
1억8000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에 연루된 KT ENS가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만기가 된 기업어음(CP)을 갚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KT 자회사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
KT ENS는 이날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관련한 기업어음(CP) 491억원의 보증 요청에 응하기 어려워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만기가 도래한 루마니아 태양광사업자 PF의 CP 491억원은 1차 책임자인 SPC(특수목적법인)가 상환하지 못할 경우 KT ENS가 지급보증을 하게 돼있다. KT ENS는 자금적 여유가 없어 CP 판매 주관사의 상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KT ENS는 금융대출 사기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지난 2월 20일 상환요청을 받은 453억원의 CP는 정상적으로 자금을 상환한 바 있다. KT ENS는 이번 CP와 관련해 KT에 지원 요청을 했지만 실패했다. 주관사가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에 대한 담보를 확보하지 않는 등 일부 사업장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KT ENS 측은 태양광 사업을 검토할 때 금융부분에 문제가 있었지만 사업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KT ENS 강석 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 자체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시간만 주어진다면 채권자들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규 투자자를 구하거나 추후 수익이 나면 리파이낸싱(재융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KT ENS가 만기 어음을 막지 못한 데는 자사 직원이 연루된 사상 최대 대출 사기 사건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KT ENS는 자사 직원이 협력업체와 공모해 저지른 대출 사기 사건의 책임을 놓고 은행측과 책임 공방을 벌여왔다. 이 사건 이후 금융권의 대출 기피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 대표는 “대출 사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정상적으로 굴러가는 구조다. 그래서 계속 차환이 가능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사건 이후) 계속되는 보증이행 요구에 기존 투자자 설득과 별도로 신규 투자자 유치, KT에 대한 지원 요청 등을 벌였으나 성사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모회사인 KT가 직접 투자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주관사가 루마니아 태양광 사업에 대한 담보 확보를 하지 않는 등 일부 사업장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다”며 “특히 사업성을 검토해야 하는데 전체적인 분석을 하는 데만 석달에서 넉달이 걸려 시간이 촉박했다”고 말했다.
CP 투자자에게는 큰 손해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우라며 선을 그었다. 강 대표는 “2~3년만 지나면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추가 1~2년만 더 지나면 좋은 사업 구조를 보일 것”이라며 “시간만 주어지면 경영 정상화, 사업 활성화는 문제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번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 절차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출 사기와 관련된 금융 업계는 이번 법정관리 신청에 강력히 반발하며 소송 등을 통해 피해액을 회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KT ENS가 은행에 돈을 물어내지 않기 위해 ‘꼬리자르기’ 식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