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대리점 운영자가 고객 정보 빼내 신용카드 부정발급…8000만원 사용

입력 2014-03-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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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만건에 달하는 KT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가운데 고객정보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8000만원 상당을 챙긴 사례가 경찰에 의해 확인됐다.

카드를 부정 발급받은 범인은 고객정보를 다루는 휴대전화 대리점 업자지만, 빼낸 개인정보는 이름·주민등록번호·휴대전화번호·집주소·직업·은행계좌 등으로 이번 KT 유출 내용과 같기 때문에 2차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KT 홈페이지를 해킹한 해커들은 빼낸 고객정보를 휴대전화 개통·판매 영업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KT 가입 고객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 서부경찰서는 7일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고객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신용카드 부정사용 등)로 유모(41)씨를 구속했다. 유씨는 지난해 12월 15일 휴대전화 개통을 위해 매장에 찾아온 A씨의 운전면허증 인적사항을 도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뒤 백화점에서 3000만원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고 5000만원대의 카드대출을 받는 등 모두 8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다.

앞서 6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KT 홈페이지를 해킹, 개인정보를 탈취한 뒤 휴대전화 개통·판매 영업에 사용한 혐의(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로 전문 해커 김모(29)씨와 정모(38)씨 등 2명을 구속했다. 이들과 공모한 텔레마케팅 업체 대표 박모(37)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파로스 프로그램’을 이용한 신종 해킹 프로그램을 개발, KT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KT는 1년 전부터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경찰이 조사에 착수하고 나서야 사태 파악에 나서 국내 대표적 정보통신업체라는 점을 무색하게 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홈페이지 이용대금 조회란에 고유숫자 9개를 무작위로 자동 입력시키는 프로그램을 활용, KT 가입 고객의 9자리 고유번호를 맞춰 개인정보를 탈취했다. 하루 20만∼30만건의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등 1년 전부터 1200만명의 고객정보를 빼냈다. 이들은 고객정보를 휴대전화 개통·판매영업에 활용, 1년간 1만1000여대의 휴대전화를 팔아 11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확보한 개인정보 중 500만건은 휴대전화 대리점 3곳에 팔아넘겼다.

KT는 2012년에도 전산망을 해킹당해 가입자 873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때문에 KT의 개인정보 관리 및 보안에 큰 허점이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KT 가입자는 “최근 스팸문자나 홍보성 문자가 많이 와서 불편했다”며 “2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민·관합동조사단을 현장에 파견해 이번 사건에 대한 경위를 파악 중이다. 경찰 발표가 사실로 확인되면 KT의 개인정보 관리·운영에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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