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작년 6월쯤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구본준 부회장과 우연히 마주친 기자는 소속과 이름을 밝히고 몇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역시 아무 대답을 듣지 못했다. 구 부회장은 얼굴 한번 마주치지 않은 채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져 적잖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구본준 부회장은 언론에 잘 나서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언론을 꺼리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3년 전인 2011년 1월, CES 현장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연 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언론 앞에 나선 적이 없다. 대규모 전시회에서도 기자들의 눈을 피해 다녀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든지, 아니면 회사를 완벽하게 부활시킨 후 나설 생각이든지…. 그것도 아니라면 각 사업 본부장이 있는 만큼 직접 나설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신제품 발표나 기업의 대형 이슈가 있을 때는 어김없이 대중 앞에 나타나고, SNS를 통해 직접 소통을 시도한다. 기업 활동에 국가 경계가 사라진 요즘엔 이들의 소통 능력이 제품의 품질 이상으로 중요하게 작용한다.
구본준 부회장은 오너이자 LG전자의 최고경영자다. 기업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다. 비밀주의보다는 회사의 노력과 성과를 알리며 친근하게 소통에 나서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